영원한 추억의 간식
몇 년 전까지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이젠 도저히 우스갯소리라고 할 수 없다. 정말 다 올랐다. 내가 버는 돈은 티끌 같은데 나가는 돈은 태산이다. 생활이 팍팍해지니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은 식비. 고정 지출 항목에서 그나마 줄이기 쉬운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밖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손에 꼽는다. 한식, 일식, 중식은 물론이거니와 바쁠 때 후다닥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세트도 이제 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하교 후 친구들과 가까운 M사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가곤 했다. 불고기버거나 치킨이 들어간 햄버거도 늘 맛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따로 있었다. 바로 토르티야로 간단한 채소와 치킨텐더를 감싼 ‘스낵랩’.
재료도 소스도 많이 들어가지 않고 간단했지만 그게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쫄깃한 토르티야, 과하지도 적지도 않던 소스. 바삭하고 촉촉한 치킨텐더까지. 처음 먹던 그날부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올라 꽤 자주 먹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잊었던 그 맛이 생각나 집 근처 매장에 방문했다. 웬걸. 이렇게 작아졌을 줄이야.
‘그래. 재료도 간단한데,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 거야.’ 작아진 스낵랩을 금세 먹어 치우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토르티야 랩은 정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토르티야와 양상추, 토마토와 치킨 텐더 그리고 취향에 맞는 머스터드소스와 음식을 고정할 랩만 있으면 충분하다.
먼저,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토르티야를 한 장 펼쳐 노릇하게 굽는다. 너무 오래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 뻣뻣해질 수 있으니 적당히 굽는 것이 좋다.
그다음 잘 구워진 토르티야 위에 양상추와 토마토, 치킨텐더를 넣어 소스를 뿌린 뒤 말아주면 완성이다.
레시피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다.
의외로 어려운 부분은 이 토르티야를 말아 고정할 때이다. 재료를 양껏 넣으면 말아내기 어렵고, 적게 넣으면 사 먹는 것만 못하니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넓은 면의 양상추를 골라 쌈을 싸듯 치킨과 토마토를 잘 감싸 고정해 주면 좀 더 수월하다.
간단하게 만들었지만, 꽤 든든하다. 패스트푸드점의 사이드 메뉴라기보다 요즘 유행하는 브런치 카페의 꽤 비싼 베이커리 메뉴 같기도 하다. 물론 내 머릿속에 이 음식은 영원히 하교 후 먹는 간식일 것이리라.
이제는 깔깔거리며 같이 먹는 친구는 없지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