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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9. 2022

요가 지옥 퐈이어

 ‘인트로 투 요가 Intro to Yoga’를 첫 수업 들었다. 이게 인트로라니. 이게 고작 프롤로그라니?!!! 아 힘들어. 유연성도 없고 근력도 없고 의지는 더더욱 없고. 요가는 우리한테 맞는 운동이 아니었다. 이것을 첫 수업에 깨닫다니. 이미 10회권을 구매했는데.


 ‘원기회복 요가 Restorative Yoga’는 수면 유도 프로그램이었다. 저녁 먹고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 잠이 몰려왔다. 강사는 수조 안에 든 돌이나 굴리고 앉아 있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다. 이거 원기 회복되는 거 맞습니까? 강사님만 되는 거 아닙니까? 한 동작을 너무 오래 해서 지겨웠다. 수강생 남자 한 명이 중도에 나가던데 우리도 따라 나가고 싶었으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수강료에 마음을 다잡았다.


 ‘핫따 요가 Hatha Yoga’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 진도를 잘 따라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버거웠다. 대체 엎드려뻗쳐를 하고 어떻게 숨에 집중하지? 'Power comes from peace. (평화로부터 힘이 나온다.)' 멋진 말인데 배가 경련하는 걸 처음 겪어 보았는데 평화가 있을 리가 없잖아. 'Shaking is okay. (몸이 흔들리는 거 괜찮습니다.)'라는 강사 말에 웃음이 터졌다. 우리한테 한 말 같아서. 친구 둘이 어쩜 이렇게 닮았는지. 안 쓰던 근육들을 처음 써서 그런지 난리가 났다. 한 시간 반이라는 수업 시간이 인터스텔라였다. 시계가 고장 난 줄.


 요가를 하려고 새벽 5시 반에 기상. ‘일출 플로 Sunrise Flow’를 듣겠다고. 낙타자세 그것은 오장육부가 꼬이는 동작. 아침부터 격하게 운동했더니 마지막 10분 매트에 누워 남들은 숨에 집중할 때 우린 선잠에 들었다. 코도 살짝 골면서. 이쯤 되니 요가가 싫어진다.

발리 우붓_자연 속에서의 요가

 드디어 찾았다. 우리한테 맞는 요가를! 태권도와 유도 동작들을 배우는 ‘마셜 아트 Martial Art’가 제일 재미있었다. 넥 슬라이스! 막기! 찌르기! 조용한 요가 센터가 우렁찬 기합 소리로 가득 찼다. 근데 TV에서 볼 때는 쉽던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긴 했다. 우리는 앞구르기 못한다고요. 낙법도 무섭고. 시늉은 해본다. 뒹구르르, 앞구르기가 아닌 막 구르기를 하고 얼추 공중에서 바닥에 닿는 모션을 취한다. 총 열 번의 다양한 요가 수업을 들었는데, 이 수업만 다시 듣고 싶은 걸 보니 다른 수업들이 어지간히 싫었나 보다.


 기대에서 쇼킹으로 끝난 ‘소셜 댄스 Social Dance’. 수업 이름을 보고 ‘요가와 댄스의 조합은 뭘까? 한국의 에어로빅 혹은 방송댄스처럼 강사가 앞에서 춤을 추면 따라 추는 수업일까?’


 강당에 들어선 우리는 화들짝. ‘(멈칫) 이것이 뭣이여?’ 요가 교실인가 클럽인가. 대반전이었다. 번쩍번쩍하는 사이키 조명 아래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음악 장르인, 테크노 같은 명상 음악을 디제이가 디제잉하고 있고 다들 접신을 한 듯 무아지경으로 즐기고 있었다. 온몸을 노래에 맡기며 강당 끝과 끝을 게걸음으로 달리는 사람, 팔을 뒤로 꺾는 것을 시작으로 전신을 베베 꼬는 사람, 요가 동작을 현대 무용으로 승화시키는 사람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운 사람들과 그렇지 못하는 우리 둘. 후끈 달아 오른 분위기에 맞춰 우리도 몸을 바운스 바운스 흔들어보지만 춤에서 어색함이 묻어 나온다. 오로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생경한 광경에 적응하지 못한 쭈구리들은 마음 편한 구석으로 간다.


 이 수업에서 핵심 포인트는 중간중간 나오는 끈적한 음악이었다. 이건 뭐 블루스 타임도 아니고. 노래의 템포가 느려지자 한 커플 눈에서 스파크가 파바박 튀었고 그들은 커플 요가를 가미한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여자를 위로 들어 올려 휘리릭 돌리기도 팔로 만든 원형에 서로가 통과하기도 했다. 또 다른 커플은 리듬체조 리본을 가져와 빙글빙글 원을 돌며 춤을 췄다. 우리는 그들을 한참을 넋 놓고 보았다. 행위 예술을 본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문화충격이었다. 역시 우린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은 쪼렙이며, 세계는 넓고도 넓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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