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뽈삐래 Jul 31. 2022

15년 지기 친구들의 첫 해외여행

모든 것이 ‘처음’이 이었던 4박 5일

 인생에서 진짜 친구 2명이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빌리자면 우린 대성공했다. A양과 Y양은 15년 지기 친구들이다. A양은 아무거나라고 답하고 정말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는 아이. 단 한 가지 벌레만 빼고. Y양은 쇼핑을 사랑하는 물욕 Y선생이자 흥이 넘치는 아이. 우리 넷은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로 처음 만났다. 그런 친구들과의 첫 해외여행. 그녀들이 온다!


 호주에서 장기여행 플랜을 세우기 시작했고 발리를 여행 국가 목록에 추가하면서 친구들과 휴양지에서 칵테일 한 잔 마시는 상상을 했다.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근데 왜 이 좋은 걸 상상만 해야 하는 거지? 단체 카톡방에 ‘발리 여행 같이 갈래?’라고 남겼다.


 느낌표로 물드는 카톡창. A양은 연차가 가능할지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Y양은 좋은 생각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연차를 며칠씩 붙여 사용하는 것이 힘들 수 있기에 그녀들의 확답을 초조해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들의 첫 해외여행의 서막을 알리는 답을 받았기 때문에. 그녀들은 일정 조율이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추진력 하나는 끝내준다.


 친구들은 반차 쓰고 저녁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우붓에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맥주에 과자를 먹으며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호텔 앞에서 지나가는 차마다 친구들을 태운 차가 저 차일 것 같다고 설레발을 쳤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빨리 보고 싶어서 심장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첫사랑 만나기 10초 전이랄까? 택시에서 내리는 모르는 사람을 순간 착각해서 포옹할 뻔할 정도였으니깐.

발리 우붓_따만 사라스와띠 사원

 새벽 2시쯤 친구들이 도착했다. 출장 온 직장인처럼 정장 차림에 화장까지 풀 세팅을 한 채로. 반팔티에 청바지 차림이 익숙했던 우리는 2년 만에 본 친구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반갑다며 온갖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러나 단 1분. 더 이상의 시끌벅적한 환영은 없었다. 발리에서 만나는 건데, 동네에서 만나는 거랑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호주 사막에서 일하면서 까맣게 탄 우리들과 일에 찌들어있는 직장인의 몰골을 한 친구들은 서로를 놀려대기 바빴다. 지금의 나이는 까맣게 잊은 채 타임머신을 타고 고1 교실로 돌아간다.


 역시 우리는 우리였다.

이전 12화 요가 지옥 퐈이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