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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쟁이 여행자인 줄 알았다. 눈탱이 맞은 후일담은 남의 이야기라 치부했다. 내가 눈탱이를 양쪽으로 맞을 줄이야. 그것도 두 번째 방문하는 곳에서 말이다.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입국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부터 사기꾼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4년 전 발리 여행 기억을 떠올려 택시 카운터로 갔다. 그 당시에는 택시 카운터에 목적지에 따라 책정된 정가 택시비가 게시되었고 이곳을 통해야만 요금 바가지 없는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 사기법은 진화했고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사라졌다.
눈 뜨고 당한 나의 호갱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택시 카운터는 이곳 하나뿐이라고 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택시 카운터가 없었다. 그런데 택시비가 IDR 250,000 (2만 원)이라고 했다. 공항에서 꾸따 가는 길은 항시 교통체증이 심하긴 하지만 꾸따 시내까지 차로 고작 8km인데 4년 전에 비해 택시비가 4배나 상승했다니. 의심했어야 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고 새벽 비행기로 호주 멜버른을 거쳐 발리에 도착했다. 몸이 피곤하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주변은 호객행위 소리에 시끄러웠고 직원은 뭘 당연한 걸 자꾸 되묻냐는 표정이었다. 순순히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했다.
꾸따에서 우버와 비슷한 ‘그랩 Grab’을 이용해 공항으로 돌아갈 때 지불한 금액은 IDR 50,000. 그렇다. 나는 무려 4배의 금액을 더 지불했으며 발리는 4년 동안 물가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방문하는 곳이라도 사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 내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