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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1

by 불친절한 은자씨

부활절이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지만 2주 가까이 되는 방학동안 계속 집에 있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아이들 학교 친구들도 하나 둘 여행을 떠난다는 말이 계속 신경쓰인다. 어디든 다녀오지 않으면 왠지 이 쭈굴한 기분이 아이들에게도 전염될 것 같다. 그 순간 갑자기 easyjet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밀라노 리스본 왕복 59유로! 부지런히 부킹닷컴을 들어가 리스본 숙소를 검색해보니 오홋!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비행기표와 숙소를 한달음에 예약을 한다.


내친김에 여러 포스트를 찾아보며 포르투갈에 대해 알아본다. 내 머릿 속 지도에서는 포르투갈은 아프리카만큼 먼 나라 같다. 유럽의 끄트머리에 있어서 일까. 한번도 이 나라를 언젠가는 가봐야지라는 마음조차 품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스페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굳이 갈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느 여행과 달리 다소 낮은 기대감을 갖고 덜 부푼 마음으로 리스본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리스본과 포르투갈 남부 해안 알부페이라 이렇게 크게 두 지역을 가기로 목표를 잡았다.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같았지만 왠지 리스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접어두고 대신 남쪽 해안 마을을 가 보기로 했다.

번잡한 공항을 무사히 빠져나와 운좋게 택시를 금방 잡고 예약한 숙소까지 일사천리로 무사히 잘 도착했다. 사진보다 더 큰 숙소 규모에 만족스러워 하던 찰나 막내가 "에그헌팅이다!" 라며 방 곳곳에 숨겨진 초콜릿을 찾아내고는 싱글벙글이다. 호텔측의 작은 배려 덕분에 아이들이 신나한다.


그냥 호텔에 있기는 시간이 아까워 구시가 구경도 할겸 Arco da Rua Augusta-아우구스토 개선문-광장에 지하철을 타고 움직였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하철이 있어 리스본에 있는 내내 지하철을 탔는데 유럽 대부분의 지하철이 더러울 거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소박하고 깔끔한 편이었다.

해질녁에 도착한 광장은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해가 막 저물고 있어 더 드라마틱하게 보였다. 기대감없던 여행이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오면 우리는 메인 도로 뒤편에 있는 골목길을 찾아 다녀보는데 리스본의 뒷 골목길은 그 어떤 골목보다 복잡하고 오래된 느낌이었지만 노란 조명이 분위기있게 만들어주었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딱히 입맛이 없어 그저 적당히 깔끔한 식당에 들어가서 특별할 것 없는 해물밥과 샐러드를 먹었다. 밥을 먹으니 아이들은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지 호텔에 돌아가자고 아우성이다. 그래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 이제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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