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을 먹자마자 다시 아우구스토 광장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시내를 걸어돌아다니는 대신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보트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Lisboa Boat tour 인데 씨티 관광버스처럼 타구스 강 사이를 운행하면서 주요명소를 볼 수 있도록 한 투어이다. 관광지를 마냥 걸으면서 둘러보는건 아이들에게 지루한 일이고 때마다 징징거릴테니 이런 보트투어를 하면 가족 모두가 만족하겠다 싶었다. 1시간 30분 코스인데 강을 가운데 두고 리스본과 알마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벨렝탑, 발견기념비 등 대부분의 관광명소가 리스본에 있었고 마주보고 있는 알마다는 같은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허름한 모습이었다. 관광지로 개발된 리스본에 비해 알마다는 마치 난민들이 모여살고 있는 듯한 판자촌이 가득해 대조된 모습이 씁쓸했다. 포르투갈을 보러 오긴 했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개발된 관광지만을 다니는데 내가 포르투갈의 진짜 모습을 보는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생각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Ponte 25 de Abril 다리를 보니 금세 잊혀진다. 이 다리는 알마다 지역과 리스본 지역을 연결하는데 형태가 샌프란시스코의 골든브릿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종착지인 벨렝탑에 내려 슬슬 주변을 걸어본다. 눈 앞이 뻥 뚫려있어 어제 도착했을 때 당연히 바다라고 생각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타누스 강이 대서양으로 연결되어 흘러 나가는 것이었다. 한강만큼이나 강폭이 넓어 유럽의 강보다는 오히려 인천 앞바다와 비슷하게 보였다.
벨렝탑부터 발견기념비까지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다 멋진 요트들이 정박해 있어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난다. 벨렝탑 맞은편 공원은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어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잡고 누워서 햇빛을 쬐고있다. 역시 유러피언들은 해만 있으면 어디서든 철푸덕 앉아버린다. 벨렝탑은 범죄자를 수용했던 감옥으로 사용했다고도 하는데 이 탑을 기준으로 바다와 강이 구분된다고 한다. 이름만큼이나 소담하고 예뻐서 배경으로 사진을 자꾸 찍게 된다. 한참을 둘러보고 발견기념비까지 걸어갔다. 보트에서 보이던 부조라고해야 하나 기념비 하단에서 대각선방향으로 조각한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가까이 가 보았다. 다양한 직위의 사람들을 통해 대항해 시대에 대한 영광을 표현해 낸 것 같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기념비 안을 들어가보니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었다. 어디든 전망대는 하나정도 올라가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담벼락이 높아 막내는 키가 작아 시야가 가려져 좀 아쉬웠다. 그래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리스본 전경은 시원했다.
다시 구시가를 돌아갈까 했지만 소매치기가 극성이라는 소리에 아이들과 트람을 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포기했다. 트람 28 루트가 관광객들 사이에 유명하다길래 타보고 싶었으나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 혹시나 지갑 잃어버려서 여행을 망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관광은 그만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들의 욕심대로 다니는건 좋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라도 더 보고싶지만 무리하다보면 꼭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도 이 정도에서 그만 하기로 한다. 다음 날 가장 기대했던 신트라와 호카곶을 가야하니 오늘은 이만하고 쉬는게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