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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풀라 2

by 불친절한 은자씨

눈뜨면 바다로 가고 허기지면 숙소로 돌아와 밥 먹고 그러다 또 바다로 가고..그렇게 며칠을 내내 바다에서 보냈다. 모래가 아닌 바위밖에 없는데다 수심이 바로 깊어지는 바다여서 나는 구명조끼나 튜브없이는 바다에서 놀기가 어려웠다. 그에 반해 오랫동안 수영을 배웠던 아이들은 되려 튜브같은 것은 걸리적거린다며 물안경하나 만으로도 깊은 바다에서 새처럼 자유롭게 오간다. 내 비록 튜브없이는 이 깊은 바다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나는 나대로 바다를 즐겨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스노쿨링하며 물 속 세계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하고 싶어진다. 스노쿨링 물안경을 끼고 튜브를 착용한채 얼굴만 물 속으로 들이밀어 넣어본다. 바다 속에 온갖 물고기가 떼지어 헤엄쳐 다니고 바위 곳곳에 성게가 잔뜩 끼어 있는게 아닌가. 햇빛에 바다 속이 투명해 질 때마다 무슨 보석가루 뿌려놓은 듯이 반짝거리는데 물 속이 환해져서 너무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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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쿨링하는 아이들


튜브에 몸을 넣어 바다 속에 고개 처박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 스러운지 밖에 나온 딸래미가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어댄다. 한참을 그렇게 바다속을 탐닉하고있다보니 목 뒷덜미며 어깨가 뻐근해온다.


잠시 쉴 겸 밖을 나와 시계를 보니 두어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남편말마따나 바다에서 놀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빠르게 흘러간다. 고둥, 게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진 막내는 한참을 바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배고픈것도 잊어버렸나보다.

둘러보니 바위 군데군데 조금이라도 평평한 곳이 있으면 타월 하나 놓고 태닝하는 유러피언들로 꽉 차 있다. 십여년 전 처음 이 광경을 보았을 때 멀쩡한 수영장 선베드를 놓고 굳이 왜 내려와서 이곳에서 이렇게 누워있는걸까 의아했는데 이제는 나 역시 그 모습이다. 가까운 곳에서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듣는 그 기분은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된다. 마치 내가 자연 속으로 쑥 들어가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깊은 바다 속을 아무 장비없이 그냥 뛰어내리는 유러피언들을 보니 내가 다 짜릿하다. 저런 담대함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런 사람들 옆에는 우리 애들과 같이 스노쿨링 하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패들보트나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고 있다. 저 멀리 수평선 가까이에는 돛단배처럼 보이는 요트들이 둥둥 떠다닌다. 어렸을 적 여름 바다 그림을 그릴 때면 생전 본 적도 없는 그런 바다 위 세모난 돛을 달고 있는 요트가 둥둥 떠 있는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항상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무슨 마음이었는지 이번에는 나도 바다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이들처럼 튜브나 구명조끼없이 수영하지 못하니 자신감이 없어 바다 속에 못들어갔는데 그런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튜브를 몸에 두르면 어떠리. 내가 즐거우면 된 거 아닌가. 기우와 다르게 튜브차고 바다 속에서 첨벙거리는 나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각자들 놀기에 바쁘지 동양인이 튜브를 하든 오리발을 하든 관심이 없다. 뭘 그렇게 남이 어떻게 볼 지 신경썼던걸까. 내가 즐거우면 되는 거라는 다순한 진리를 깨치고 나는 바다 속 풍광을 보기위해 튜브와 물안경을 몸에 달고 다시 바다 속에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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