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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2

다양한 박물관의 도시

by 불친절한 은자씨

다섯 식구의 취향도 각양각색이라 각자 가고 싶은 곳, 하고싶은 것을 하나씩은 같이 하는걸로 원칙을 정했다. 큰 애는 국회의사당과 체크포인트 찰리를 정했고 둘째는 자연사박물관 막내는 맛있는 식당 그리고 나와 남편은 페르가몬 박물관이었다.

사실 페르가몬 박물관외에는 딱히 생각해둔 장소도 없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 예약을 한 곳도 페르가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 두 곳뿐이었다.


나는 유럽에서 살게 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바로 박물관과 미술관이었다. 학창시절 가장 부러웠던 대상은 공부를 제일 잘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글을 잘 써서 학교신문에 글꼭지를 내거나, 그림을 잘 그려서 사생대회 나가는 하다못해 미술사나 역사 지식이 많은, 그런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학교 글짓기나 사생대회에서 기가막히게 재능을 뽐내는 아이들을 보면 그 재능이 너무 샘났더랬다.

그래서였는지 대학전공은 지극히 수능성적에 맞춰 선택했음에도 틈만나면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다녔었다. 물론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지만 뭐랄까 내게는 자기위안의 행위라고나 할까. 그래서 페르가몬 박물관은 중동지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아시리아, 수메르, 바빌론에 대한 지식도 얄팍한 주제에도 꼭 가야만 했다.


둘째날, 예약한 페르가몬 박물관을 방문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십여개가 넘는 지원언어에 없으니 아쉬웠다. 아쉬운대로 영어 가이드로 들으며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페르가몬의 상징인 이슈타르문을 보자 그 규모에서 놀라웠다. 그 유적을 통째로 이 박물관 안에 가져다 놓았다는 행위가 놀라웠다. 입이 쩍 벌어진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 높이며 규모가 대단했다. 학창시절 세계사는 유럽 그 중에서도 서유럽이 역사만을 배웠던 세대라 그런지 중동지역의 역사나 문화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일 것이다. 현재 사막지형이 대부분인 중동지역에서 저렇게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을 짓고 문화가 번성했다는 사실은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찬찬히 살펴볼수록 그들이 사용한 식기나 도구를 보면 얼마나 섬세하고 발달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뿐만아니다. 거주한 주택의 집 문양이나 장식을 보면 우리나라의 사찰이나 불교분명권에서 사용한 색감과 장식도 보인다. 지리적으로 아시아 인도 지역과 멀지않았으니 서로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까 유추해본다. 박물관에서 실체를 직접 눈으로 보고 관찰하다보면 이렇게 상상의 통로가 열린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책을 읽지 않아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나름의 유추와 상상을 하게된다. 그 즐거움 때문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가 보다.

박물관 내부의 모습. 이미 폐관준비중이다.


영국박물관처럼 엄청나게 큰 박물관이 아닌데다 중동지역에 집중되어 있는터라 오히려 관람을 하는데에는 만족스러웠다. 박물관의 구조도 복잡하지 않고 2층으로 압축되어 있어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적었다.


셋째날, 큰 아들이 노래부르던 Reichstag-국회의사당을 찾았다. 토요일이라 느즈막히 호텔 조식을 먹고 예약한 12시에 맞춰 나갔다. 다행히 날씨도 맑아 돔에 올라가면 베를린 풍광이 눈에 잘 보일 것같아 다행이다.

국회의사당은 지금도 사용되는 국가시설이므로 출입을 할 때에는 예약된 사람의 신분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여권이나 신분증을 소지해야하고 공항 검색대처럼 일일이 소치품과 신체검사가 동반된다. 검색대를 지나고 같은 그룹에 예약된 인원이 한꺼번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돔으로 이동했다. 꼭대기층에서 마주한 의사당 돔은 지극히 고전적인 극회의사당 몸체에 반해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유명한 영국 건축가 노만 포스터에 의해서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앞 글에서 언급한 대로 투명한 유리를 각도를 다르게 판넬별로 조립을 해서 내양 빛이 조명의 역할을 하게끔 해서 조명이 없다고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꼭대기까지 가이드를 들으면서 베를린의 주요 포인트를 돌아볼 수 있는데 높은 건물이 없어 시야가 확 트이고 눈에 잘 들어왔다. 지금 한창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배우고 있는 큰 애는 현대사 중에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와 있다는게 너무 행복한지 감탄만 계속한다.

국회의사당의 외부와 돔 내부

둘째의 원픽은 자연사박물관이었다. 막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다보니 큰 도시 여행을 가면 자연사박물관을 찾아가는 편인데 베를린의 자연사박물관도 즐거웠던 코스였다. 모든 자연사박물관에서 빠지지 않는 공룡의 모형이 이곳도 역시 입구를 지나면 바로 메인홀에서 볼 수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거대한 공룡모형보다는 각종 곤충이나 암모나이트 같은 것들의 화석이었다. 공룡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거나 아니면 그 이후 시대에 화석으로 남겨진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이런 진열대가 아니면 먼지로 볼 법한 아주 작은 사이즈부터 형체는 파리나 잠자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큰 곤충들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꽤 다양했다.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구의 탄생시기에서 오늘날의 대륙에 이르는 과정, 공룡을 비롯한 어떠한 생물이 지구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진화했는지 연대별로 전시실이 연결되어 있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게다가 나비, 개비, 심지어 바퀴벌레에 이르기까지 각종 곤충이 크기와 종별로 표본화되어 있고, 온갖 어류가 포름알데히드처리되어 유리병 속에 보관되어 라벨링 되어 있는 모습까지 평소에 보기 힘든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다.

큰 애는 시큰둥한데 둘째는 눈을 반짝거리며 이렇게 진열된 곤충, 어류들을 집중해서 관찰한다. 셋째는 광물관에 들어가더니 흠뻑 빠진 눈치다. 평소에도 산책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녀오면 길가에서 조금이라도 다르다싶으면 온갖 돌을 그렇게 주워다니는 녀석인데 각종 광물이 유리관 속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더니 눈을 뗄 줄을 모른다. 결국 박물관을 나오면서 길바닥에 널려 있을 만한 광물을 10유로나 주고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부모 아래 자랐어도 셋 다 다르다. 이렇게 취향과 관심이 각양각색이다. 이러니 박물관을 다닐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자연사박물관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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