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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Feb 05. 2024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해

편혜영 소설집 『소년 이로』(문학과지성사, 2019)중 「다음 손님」을

편혜영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으로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작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을 수상했다. 연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작가 소개에서   

 



「다음 손님」을 읽으며 소설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물이 어떻게 변하고 작가가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집중하여 읽고, 인물들의 캐릭터와 가족관계를 눈여겨보라는 설명을 들었다.      



(상황이 바뀌면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하여 읽었다. 치매와 돌봄 노동과 아버지의 변화와 나의 위치와 변화가 초반과 후반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읽어 낼 수 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외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몰아세웠지만, 아버지는 주눅 들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다. 주인공은 아홉 살 나이에도 엄마 아빠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걸 알았다.     



(이 소설은 캐릭터 구축에 공력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엄마는 표정이 다채롭고 어조가 분명하고 성량이 크고 활발해서 어떤 말을 하거나 무슨 동작을 취해도 자신만만해 보였다.” (p228)     



(주인공은 부모와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안도했고, 같은 점을 찾을 수 없을 때 한동안 상심했다고 한다. 모든 가족이 그렇듯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은 결국 어울려 살게 마련이라는 것을 강박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구립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를 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오케스트라가 해체되고 아버지는 실직한다. 피아노 학원에서 다니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 실직한다.   


   

(아버지 캐릭터는 음악적 특성이 강한 사람으로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웃음이 많았고, 엄마는 아버지의 실직에도 개의치 않고, 쾌활했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결코 웃지 않게 된 후’에도 외할아버지의 간병으로 인한 갈등, 두 사람의 성향 차이, 불균형한 경제적 부담 따위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 내린다.    



  외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외할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아버지가 하게 된다.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닦달과 잔소리와 멸시를 참았던 것처럼 이제는 무자비한 폭력과 이상행동을 참아냈다.” (p234)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라는 인물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 어른이라도 치매나 병간호를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는 병원에 잠시 모시지만, 제정신이 돌아오면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집에 오고 싶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전쟁을 겪은 외할아버지는 치매 상황에서 군인이 되었다. 아버지를 향한 할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도 심해진다. 어느 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상사 역할을 해서 할아버지를 제압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은 아버지가 오보에로 엎드려 있는 할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의 말을 순순히 들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못지않게 일그러졌고, 정신이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고 표현한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얼마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말을 잃는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다정함이 좋았지만, 아버지는 가끔 주인공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러다가 말았고, 주인공에게도 말문을 닫았다. 엄마도 완강히 거부한다. 아버지는 자책으로 술 먹는 일을 반복하다 간암으로 쉰 살에 죽는다.  

    


주인공은 자라서 간병인을 보조하는 일을 한다. 노인들에게 휘말리지 않으려고 한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에 노인들이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한다. 어떤 노인에게 머리가 잡히자, 발길질하게 된 주인공은 단번에 아버지를 이해했다고 한다.     


 

(새로 가정을 꾸린 어머니의 남자는 주인공을 집으로 데려가 어머니가 인지 장애라고 알려  준다. 함께 살았던 사람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짐을 싸서 도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슬픈 현실로 느껴졌다.)     



아버지가 외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켰듯 주인공도 엄마의 마지막을 지켜갈 것으로 생각하면서 주인공은 아버지도 외할아버지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스스로 경험한 후에야 분명 해지는 것이 있다. 자신의 상황이 아버지의 상황이 되고 난 후에야 아버지의 참담한 상황과 마음을 알게 돼서 평생 불안했던 마음이 오히려 안정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부초처럼 떠다니는 마음을 다잡아 나도 다음 손님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삶의 방향이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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