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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an 19. 2024

농한기에도 바쁜 초보농군

농장에 다급한 일들은 없는 듯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일 바쁘다. 농장 주변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들 때문이다.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복숭아밭으로 가는 길은 옆 땅과 경계다. 우리 땅이 길쭉한 모양인데 그 중간쯤에 도로가 있어야 복숭아밭에 일하러 갈 때 용이하다.




현재는 밭두렁으로 되어 있어서 포클레인이나 승용예초기가 겨우 지나가고 있다. 그 을 좋게 만들어서 트럭이 지나가야 하는데, 문제는 폭이 좁아서 수로를 정비하고 그 위를 트럭이 지나가도 될 정도의 단단한 덮개로 마무리해야 한다.




비닐하우스와 밭두렁 사이에 하우스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내려가는 수로가 있다. 수로의 물이 우리가 농장으로 드나드는 출입구 쪽으로 흘러내려 진입로를 깎아 울퉁불퉁하게 만든다. 수정 보완을 해도 비가 오고 나면 길이 어지럽게 변해서 차가 드나들 때마다 바퀴 안쪽까지 흙투성이가 되곤 했다.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포클레인을 임대했다. 수로를 균형 있게 파내고, 수평을 잡아서 반대방향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다. 플라스틱 배수관을 구입해 다듬어 놓은 수로 위에 앉히고 연결해서 반듯하게 만들었다. 그 위에 트럭이 지나다녀도 부서지지 않을 장치로 덮개를  올려야 다.




가을이면 하우스 위쪽에서 낙엽이 쓸려와서 배수관을 꽉꽉 채웠다. 물이 하늘 쪽으로 거슬러  넘치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걱정이 없다. PE 배수관을 설치했기 때문에 양옆으로 달려들던 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2톤 포클레인을 40여 일 임대해서 사용한 경험이 있는  남편은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1톤만 임대해 주는 것을 아쉬워했다. 1톤이 넘으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현재 우리 군에서는 1톤까지만 임대해주고 있다. 여기저기 기둥을 찧고 비틀어 놓던 초보 실력이었는데 이제는 능숙하게 운전을 잘한다.




"밥 숟가락으로 흙을 떠내는 것처럼 답답하다."

1톤 포클레인이 시원찮다고 한 마디 한다.



"그래도 포클레인이 없었으면 사람이 삽으로 흙을 파야 하는데 얼마나 고마워요."



"그야! 그렇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더니...




나도 그랬다. 운전을 하지 못했을 때, 차를 운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위대해 보였다.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막상, 내 차가 생기고 운전해서 여기저기 다니게 되니 정말 별거 아닌데 말이다.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 유용한 일이지만 해보고 나면 별거 아닌 것들이 있다.




지금은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내 농장의 블루베리와 복숭아가 올해는 시험적으로라도 열매가 열리기 시작할 터인데 처음이라 걱정이다. 복숭아나무는 잎을 모두 떨구고 가지 끝이 붉게 물들었다. 잎눈과 꽃눈의 촉들이 달려 있는 모습이 겨울이지만, 발돋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루베리 나무는 잎들은 달려 있다. 잠자는 기간이라고는 해도 잎눈과 꽃눈이 자라고 있다.




우리도 농한기에 쉼 없이 일하고 있다. 이러다가 일 년 내내 일만 해서 지쳐나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수로 쪽만 정비해 놓고, 우리도 겨울 휴가를 좀 보내야 할 것 같다. 겨울이 반짝이며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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