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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an 24. 2024

그리운 섬, 연홍도

연말연시인 농기를 틈타 고흥군 금산면 연홍도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섬에 미술관이 생긴 연홍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섬의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설치 작품들 덕분에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 



"연홍도에 간지 오래되었다."


둘째가 연홍도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오는 첫째와 완전체가 된 가족이 1박 2일  여행을 연홍도로 했다. 고흥은 남편과 두 아이의 고향으로 특별한 여행지가 없을 때 가끔 찾는 곳이다.



연홍도는 금산면 신양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간다. 선착장이 바라다 보이고 양쪽의 승선 시간은 5분 간격이다. 오전 3번, 오후 4번 있는 배 시간을 활용하면 섬 전체를 관광할 수 있다.



고흥은 날씨가 따뜻해서 농산물과 해산물 등 물산이 풍부하고 인심 좋은 곳이다. 팔영산과 천등산을 비롯한 산들과, 능가사와 금탑사, 남열해수욕장을 필두로 맑고 깨끗한 해수욕장, 나로우주센터, 녹동 수산시장 등 관광명소가 많다. 신혼부터 10년을 살면서 여러 곳을 다녔었다.



고흥군에서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타이틀로 고흥군 전체를 홍보하며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는 자주 왔던 곳이라 캐리어를 끌고 앞장서 걸었다. 이 정도는 문제없다는 듯 어깨에도 제법 힘이 들어갔다.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가끔 뒤돌아보며 가족들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째는 집에 올 때마다 쉬지 못하고 농장일을 도왔다.  직장 생활도 만만치 않을 텐데 힘든 일을 하게 해서 늘 미안했다. 함께 온  여행지에서는 첫째도 나도 농장은 잊고 마음까지 환해졌다. 깨끗한 바다는 은빛으로 반짝였고, 새들도 자유롭게 날며 우리를 반겼으니까.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고 좋았다. 건너편으로 완도군 금당도가 보였다. 철재 조각들이 세워져 있어서 '금당제일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2년 만에 찾은 연홍도는 훨씬 더 예쁘게 변했다. 미술관 앞쪽이 정비되었고, 카페에 그림이랑 다육이들도 많아졌다. 미술관에는 연홍도의 꽃과 풍경이 전시되고 있었다.



지인분은 펜션을 뜨겁게 달궈 놓고 무겁던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다. 밤 깊도록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접 그린 그림 이야기, 섬 정착 과정 등 웃고 떠들고 감성 가득한 노래까지 부르고... 청정 바다의 음식으로 차린 식사도 맛나게 먹었다.



해초를 말리지 않고 된장을 풀어서 끓인 가사리국은 정말 특별한 맛이었다. 아이들도 잘 먹었고, 남편은 최고의 해장국이라며 두 그릇을 먹었다. 싱싱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맛이 감동이었다.



깨끗하고 넓은 바닷길을 걸으며 힘들게 살았던 한 해를 보상받는 것 같았다. 섬을 통째로 빌린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쉬다 왔다.  



돌아오는 길에 녹동 건어물시장에서 건다시마와 미역, 국물멸치 등 필요한 것들도 구입해 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상인님들 중에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 다가갔다.

"나 같은 늙은이한테 왔으니 많이 줘야지!"

조미김세트를 챙겨 주셨는데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다.



가족 모두 함께라서 좋았고, 알찬 여행 덕분에 행복해지고 있다. 풍경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풍경에 비치는 사람 덕분에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연홍도... 하면 함께 떠오르는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연홍도는 따뜻하게 그립고 마음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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