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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Feb 14. 2024

추억 지킴이 독수리 오 형제

해남 포레스트 수목원을 가다

'친구'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향 친구들이다. 다섯 명이 30년 넘게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한 동네서 나고 자랐고, 중학까지 함께 다녀서 뼛속까지 친구인 그들이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뭐라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냥 편한 친구.



골목마다 아이들을 가득 채워 시끌벅적했던 고향의 마을 풍경은 옛날이 되었다. 독수리 오 형제처럼 추억을 지키며 평생 함께할 고향 친구들은 사라지지 않고 든든하게 내 곁에 있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가족들이 함께 등산도 가고, 물놀이도 갔었는데 이제는 모두 식구들을 떼어 놓고 가볍게 여행을 떠나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바람 쐬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나 기분이 좀 그래."



특별하게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이렇게 저렇게 말을 꺼내면 훌쩍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오래 모임을 하다 보니 비용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2022년 6월의 행선지는 수국축제가 열리고 있는 전남 해남의 포레스트 수목원과 완도였다.



영*의 편한 미소와 안전제일주의 운전 덕분에 정말로 편안한 여행이었다. 상*의 웃지도 않으면서 웃긴 말을 던지는 위트에 배꼽 잡고 웃느라 여행을 마치기도 전에 스트레스 다 날아갔다. 미*이는 집에서 구운 빵이랑 쿠키, 락앤락에 조각수박, 커피까지 먹을 복 터졌다. 경*의 아련한 눈빛과 함께 이어지는 추억 소환 이야기들은 우리를 자꾸만 어릴 적 아이들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 곁에서, 자연 속에서 그저 행복한 사람이었다.

해남 포레스트 수목원 누리집에서


포레스트 수목원은 수국을 좋아해서 조성 첫해인 2019년에 둘째랑 단둘이 다녀왔었다. 그때는 한창 꽃을 심고 수목원을 만들어 가고 있던 터라 휑한 느낌이었다. 해마다 확장해 꾸며지고 있어 현재는 6만 평의 숲에 1,6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갔을 때는 4회째 수국축제 기간이었다. 사람들을 피해서 사진 찍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수국은 여러 가지 색깔로 피기 때문에 변덕, 변심이라는 꽃말이 있다. 토양의 PH에 따라 산성이면 파란색, 염기성이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흰색 수국은 넓고 상냥한 마음, 관용을 의미한다. 두 번째 꽃말은 진심, 진실한 사랑이다. 특히, 보라색 수국의 꽃말은  '진심'이라서 친해지고 싶은 색깔이다. 꽃에는 예쁜 꽃말을 붙였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꽃말이야 어떻든 다양한 색과 모양의 아름다운 꽃들을 한곳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었다.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 즐거운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숲 속을 걷고,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맑은 공기를 마시꽃 옆에서 몇 시간을 놀아도 좋을 것 같았다.



오후 일정은 완도였다. 완도타워(아파트 17층 높이)에서 주변을 구경하고 정도리 해수욕장에서 쉬었다. 예쁜 돌들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어 어린아이들처럼 사진을 찍고 놀았다.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바닷가 정자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고 쉬고 있자니 동네 할머니들이 오셨다. 바나나를 건네드리며 인사했더니 어디서 왔느냐, 누구들이냐 궁금해하신다.



사실은 바닷가의 돌들이 너무 예뻐서 몇 개 주워오고 싶었는데 할머니들이 지키고 계시는 것 같아 한 개도 줍지 못하고 돌아왔다. 하긴, 그 돌들은 그 해변에 있어야 더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고향 친구들 덕분에 또 하루 행복한 추억이 쌓였다. 보라색 수국 같은 친구들이기에 늘 웃을 수 있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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