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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Feb 21. 2024

세계적인 도시 서울

졸업 여행

2022년에 3학년으로 편입했던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식에 다녀왔다. 농장일하면서 학교 공부하면서 주경야독의 2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우리 학교는 사이버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목마다 10회의 줌강의가 있다. 줌으로 교수님과 학우들을 만나며 함께 공부하며 정이 들었다. 지난 종강파티에서 만난 교수님들과 학우들이 너무 좋아서 보고 싶은 마음에 졸업식에도 오겠다고 덜컥 약속을 했었다.



서울까지 기차표를 예매해 놓았다가 대전에 사는 첫째 집에서 한 밤 자고 가기로 하고 차를 가져가게 되었다. 서울이 번잡하다고 망설이더니 첫째한테 들러서 가자는 말에 그렇게 해보자고 한다. 둘째도 형을 만난다는 말에 무척 좋아했다. 낯선 곳에서 혼자 직장 생활하는 첫째가 새벽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짠했다. 새벽밥을 지어 남편을 출근시키던 30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서울로 향했는데 예상시간보다 늦었다. 졸업식을 위해 학과 임원들이 선물을 잔뜩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할 텐데 이른 시간부터 졸업생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가 정말  감사했다. 들기 좋게 맞춤한 가방에 센스 넘치는 과자들을 보며 하나하나 고르고 포장했을 그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둘째는 마치 제 선물인양 좋아라 만지작거리며 맛나게 먹었다.



졸업 이후에도 학교에서 실시하는 독서리뷰 동아리나, 심화 창작클래스 프로그램에 졸업생 특전으로 참여할 수 있다. 수강했던 모든 과목을 다시 듣기가 가능하고, 매 학기 개설되는 한 과목을 청강할 수 있다. 열정적인 교수님들과 따사로운 학우들과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바빠도 배움의 끈은 놓지 않고 이어가야 하니까.




오후부터는 서울 구경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누나를 동생들이 반겨 주었다. 째 동생네가 남산 앞에 호텔 숙박권을 선물해 주었다. 호텔에서 만나 짐을 풀고, 남대문 시장에서 유명하다는 갈치거리에서 갈치조림을 먹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데 콤하면서도 당기는 매운맛이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매운 떡볶이를 먹을 때처럼 젓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푹 고아진 무가 특히 그랬다. 엄마가 해주시는 정성 가득한 맛이었다.



남대문, 시청, 청계천, 광화문, 남산 등 스케줄이 날아오고 야단이었다. 광화문 거리를 구경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았던 광화문 광장과 다르게 한쪽으로 만들어 놓아서 더 편하게 구경했다. 남산타워로 향했다. 지금은 서울타워라고 많이 불린다고 한다. 사랑을 맹세하는 알록달록한 자물쇠들이 예뻤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증거라서 놀라웠다.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하기를.



석양이 물드는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 숙소로 향했다. 서울 남대문 일대는 주말마다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물러가라고 양측에서 따로 집회를 하고 있었다. 버스 차선을 점령하고 있어서 교통이 매우 혼잡했다. 명동의 밤거리를 지나왔다.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둘째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아빠와 삼촌부부가 앞서가고 엄마가 길을 헤쳐나가지 못하자, 갑자기 둘째가 내 손을 고쳐 잡더니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1분 정도의 시간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둘째가 나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일행과 만난 후에야 스르르 손의 힘을 풀었다. 저녁엔 셋째 동생네가 합류해서 식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만나는 것 자체가 행복한 가족들이니까.




다음날은 둘째 동생네랑 호텔조식을 먹고, 경복궁을 구경했다. 드라마에서만 보고 처음 가보는 경복궁에 반해서 하루 종일 놀고 싶었다. 왕의 집무실이었던 근정전 뜨락을 거닐었다. 경회루를 지날 때는 남원 광한루에 갔을 때, 물과 어우러진 건물들에 편안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외국인들이 단체관광을 하는 팀이 많았다. 서울이 세계적 관광지가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외국인들이 한복 입고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현대적인 도심과 옛 궁이 지척에 있는 매력적인 모습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것 같다. 남산타워에도 외국 관광객들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에 살며 충만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우들 중에도 작가사인회나 낭독회, 북토크 소식과 직접 다녀온 이야기들을 톡방에 올리는 분들이 있어서 무척 부러웠다. 동생들은 자주 올라오라고, 서울에 구경할 것 많다고 성화다. 추수 끝나면 시간 내서 올라오겠다고 또 약속을 했다. 그때는 서울에 있는 궁들을 차례로 둘러볼 계획이다.



형제들은 시골에서 중학을 마치고 도시로 전학 오면서부터 나와 함께 살았다. 내가 뒷바라지한 오빠와 동생 셋이 대기업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은 나의 큰 자랑이다. 남동생들이 서울에 살고 있는 덕에  편안하게 호강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생일까지 있어서 축하와 축하가 겹쳐 더없이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번 서울여행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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