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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r 22. 2024

감자밭이 생겼다

이번주에도 블루베리 화분에 잣껍질을 올리는 작업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주말까지는 꼭 마무리하려던 계획이 현재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복숭아나무 가지치기가 벌써부터 늦은 상태라 마음만 바쁘다. 농부의 하루는 참 빠르고 짧다는 생각이 드는 날의 연속이다.



자투리 땅을 개간해 감자를 심었다. 하우스 옆은 천과 접해 있다. 바위와 자갈이 덮인 사이로 봄마다 풀이 무성했다. 블루베리 하우스에 풀씨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려면 작물을 심는 것이 좋겠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포클레인을 임대해 경사로를 평편하게 만들었다. 아래쪽에 돌들을 쌓고, 벽돌을 쌓고, 다시 돌과 흙으로 마무리했다. 그럴싸하게 밭이 만들어졌다. 돌을 골라내고 퇴비거름을 섞어 두었던 것이 3주 전이었다. 비를 맞고 땅속으로 거름이 스며들었을 것이고, 위에 남아 있는 거름도 있었다.


남편은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기 교육을 받은 다음날, 관리기를 임대했다. 단단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고랑을 만들 목적이었다. 땅이 단단해서 칼날을 아래로 초대한 내려도 흙을 잘 파지 못했다. 이런 땅은 더 큰 칼날을 장착하는 경운기로 갈아야겠다고 한다. 여러 차례 왕복해도 깊은 곳까지는 해결이 안 되었다.



돌은 주워도 주워도 자꾸만 올라왔다. 우리가 수확할 감자보다 더 많은 돌들을 골라낸 것 같다. 골라낸 돌들은 비가 올 때마다 질척거리는 낮은 땅을 다지는 데 사용했다. 골라낸 돌들을 옮기는 것은 둘째가 맡았다. 흙은 조금 부드러운 모양새를 갖추었다.



감자를 심을 시기라 씨감자를 구해 왔다. 그늘지고 따뜻한 곳에 두고 싹을 틔웠다. 4kg 두 상자를 심었다. 자투리 땅을 이용한 것이라 두둑이 모두 똑같은 길이의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만, 길고 짧은 줄이 만들어졌다.



관리기로 완벽하게 두둑을 만들 수 없어서 남편은 삽과 곡괭이로, 나는 호미를 들고 두둑의 흙을 깨는 협동작전으로 원시적 방법이 동원되었다. 한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씨감자를 순이 난 곳에 따라 두 조각으로 잘라 심고 비닐까지 씌우는 작업까지 마치니 하루가 저물었다.



어렸을 때, 소가 쟁기질을 해서 두둑을 만들던 풍경이 떠올랐다. 봄이면 군데군데 논밭에서 소를 채근하던 아버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때보다 장비들은 훨씬 더 좋아졌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감자밭이 만들어지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두둑을 만들어 구멍을 뚫고 감자를 심는다고 생각했는데 감자 농사를 크게 짓는 전문가의 방법은 달랐다. 두둑을 만들어 바로 감자를 심었다. 다음에 비닐로 멀칭을 하고, 고랑에 물을 듬뿍 준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두면 싹이 올라온다. 싹이 나온 곳의 비닐을 뚫어 준다. 튼튼한 싹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 준다. 그렇게 해서 우리도 감자를 심어 놓고 비닐을 씌우고 물까지 준 후에 잠시 잊기로 했다.



감자가 싹이 나서 감자감자 싹!!!



감자가 싹을 잘 틔워야 될 텐데 걱정은 되면서도 이제 어쩔 도리 없이 기다릴 수밖에. 감자 심는 상담차 엄마께 감자 한 박스 드리겠다고 한 말을 듣고, 둘째가 보챈다. 외할머니 댁에 감자 가져다 드리러 가자고... 둘째의 바람대로 감자가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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