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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r 29. 2024

텃밭에서 인심 난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요즈음, 텃밭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파릇한 야채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이겨낸 봄동 배추는 지난달에 끝이 났다. 바빠서 해 먹지 못한 사이에 꽃대가 올라오려고 해서 모두 뽑아서 쌈용은 남겨두고 삶아서 시래기를 만들었다.



된장, 찹쌀가루, 마늘, 들깨가루를 버무려서 한 끼에 먹을 수 있도록 납작하게 얼려 큰 아들한테 보냈다. 코인 육수만 넣어서 국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 좋아한다. 근무하느라 바쁜 여동생한테도 나눠 주었다. 바쁜 틈에 언제 집안살림하며, 국 끓이고 밥하고 출근하는지 걱정되는 동생이다.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동생이지만,  "언니! 감동이야!" 이 한마디에 고달픔이 모두 사라진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신 엄마는 비닐하우스에서 연중 키워서 드시던 상추를 놓치셨다. 우리 밭에서 모종을 두 번이나 가져다 드려서 심었는데도 물관리를 잘 못해 살리지 못하셨다. 우리 하우스에서 정기적으로 상추를 뜯어다 드렸다. 엄마도 아빠도 상추를 좋아하시고, 상추가 몸에 좋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게 가져다 드렸다.



큰 아들한테 한 달에 두 번 보내는 택배에 상추는 빠질 수 없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덕분인지 식성이 고르다. 야채도 좋아하고 나물류도 모두 잘 먹는다. 당연히 고기도 좋아하지만 고기를 먹을 때는 꼭 야채와 함께 먹어야 된다고 늘 이야기해서 함께 먹는 습관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껴 쓰는 아이라서 금값인 상추를 받으면 엄청 좋아한다. 엄마가 보내주는 것을 좋아라 받아먹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라 생각된다.



사촌 언니도, 친구들도, 위층 할머니도 내가 키운 상추를 드렸다. 이 시기에는 상추가 정말 귀해서 모두 반겨주니 드리면서도 행복해진다. 특히, 엄마께 드릴 때는 정말 뿌듯하다. 늘 얻어만 먹던 내가 부모님을 위해 상추를 길러서 드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좋아하실만한 아욱이 자라고 있다. 아욱 된장국 한 번 드시게 하려고 어서 자라라고 피고 있다.



듬성듬성 자란 쪽파는 엄마가 주신 씨를 넣었는데 겨울에 바빠서 물을 잘 주지 못해서 작황이 별로다. 그래도 정말 깨알 양념으로 마트에서 사지 않고 먹고 있다. 부추도 엄마가 주신 씨를 심었다. 자라나면 바짝 잘라서 거름을 뿌려서 물을 준다. 적어 놓고 보니 임심 나온 텃밭이 우리 텃밭이 아니라 엄마의 텃밭이다~ㅎㅎㅎ



텃밭은 소확행이다. 딱 그만큼만, 텃밭만큼만 흙을 만졌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농장일이 하도나 많아서 연일 출근하다시피 일을 하려니 온몸이 편치 않다. 하고 싶은 일들이 밀려 있으면 머리가 아픈 성격이라서 요새 두통약 남용이다. 엄마가 텃밭에 열무랑 얼갈이배추 씨앗을 넣을 때가 되었다고 일거리인 정보를 알려 주신다.



남편은 초록색 상추가 아삭아삭 식감이 좋아서 더 맛있다고 하고, 친정 부모님들은 적상추가 더 부드럽고 좋다고 하시니 궁합이 안성맞춤이다. 적상추가 조금 더 많아서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상추를 드릴 수 있어서 좋다. 겨울에는 잘 자라지 않아 잎이 작았는데 날씨가 풀리면서 쑥쑥 자라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상추 들고 엄마댁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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