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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Apr 05. 2024

봄맞이꽃 보셨어요?

블루베리 하우스에 매달려 있는 사이 복숭아 밭도 저 혼자 열심히 일을 해 놓았다. 겨울에 뿌려 놓은 거름은 복숭아나무와 온갖 풀들을 키우고 있다.


봄까치풀, 광대나물, 민들레, 냉이꽃 등은 매년 보던 꽃인데 낯선 꽃이 보였다. 꽃검색을 누르고 사진을 찍으니 봄맞이꽃 90%라고 나온다. 가운데는 노랗다. 꽃잎이 다섯 장 돌려나기로 깨끗하고 야무지게 핀 꽃이 정말 예쁘다. 크기는  봄까치풀과 비슷하다.


굵직한 뿌리 풀들이 번진 곳도 있고, 봄까치풀이 고운 이불처럼 펼쳐서 자란 곳도 있다. 부드러운 풀들은 땅을 거름지게 할 것 같아 반갑지만 굵은 풀들은 예초기로 베어도 죽지 않고 계속 올라온다. 뿌리가 얼마나 크고 굵던지 호미로도 해결이 안 된다. 복숭아나무의 뿌리를 건드릴까 봐 삽으로 캐내기도 조심스럽다. 큰 풀들이 씨를 맺혀서 퍼트리기 전에 제거해야 해서 큰 숙제다. 할머니들이 관리하는 옆땅에는 풀 한 포기 없는데 우리 밭은 초록 일색이라 부끄러울 지경이다. 가지치기가 끝나면 예초기부터 임대해야겠다.


예초기로 작업해도 잔잔하고 예쁜 꽃들은 그대로 있으면 좋겠다. 크고 거친 풀들만 베어지고 작은 풀들이 사는 것은 초경재배로 밭에는 더 좋은 일이다. 뿌리를 깊게 뻗으며 씨를 만들어 번지는 큰 풀들을 이기고 잔잔한 꽃들이 남아 줬으면 좋겠다.



복숭아나무 가지치기, 수형 잡기, 꽃따주기를 동시에 해주고 다. 이 작업이 몇 주가 걸릴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옆나무의 측지가 닿아 가운데서 위로 올라가는 가지를 만나면 무척 반갑다. 부지런히 잘 고 잘 자란 아이를 보는 것 같다. 어떤 나무들은 짤막해서 닿을 기미가 없다. 똑같이 관리해 주었는데도 결과가 다르다. 흙속에 큰 돌멩이라도 있나 싶어서 발로 애꿎은 땅을 밟아보기도 한다. 그래봐야 땅속 일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과일은 마지막 가지에 달려야 한다. 꽃이 달린 가지는 주가지로부터 10c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하면서 큰 나무 쪽에 붙은 꽃들은 제거 대상이다. 결과지의 길이에 따라 한 개 내지 두 개의 꽃을 달 수 있다. 꽃을 따주는 적화 작업은 건너뛰고 열매의 모양을 보고 적과를 해주는 농가도 있다.


자신의 농사 방법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 주시는 선배 농군님들 이시다. 우리는 일단, 바빠서 적화는 미루고, 큰 가지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확실하게 제거해야 하는 꽃들만 따주면서 가지치기와 수형 잡기를 진행하고 있다.


수형 잡기단 높이에 맞춰 방향을 정해서 묶어 준다. 우리 농장은 현재, 3단까지 묶어 줘야 해서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필라테스 버금가는 자세로 작업 중이다. 제대로 묶어 주고 나면, 잘라야 할 가지가 결정된다. 위로 솟은 가지, 아래로 처진 가지, 안쪽으로 자라는 가지 등 햇볕을 가리거나 서로 엉키는 가지가 없도록 가지치기를 한다. 유인줄에 가지를 묶고 보니, 하얀 나비들이 앉은 것 같다.


처음부터 나무들이 어떻게 자랄지 알 수가 없었다. 원하는 모양대로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했더니 분재형태로 흔히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모양의 복숭아나무가 되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우리가 복숭아나무를 그 어렵다는 분재로 키웠네!"

"분재에서도 열매가 달릴까요?"


한 가지에 집중하여 자랄 수 있도록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준다. 곁가지를 정리하면 필요한 가지가 크게 자란다는 것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표가 정해지면, 집중해야 할 것도 결정된다. 내게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늘 바빠서 허덕이는 나도 필요 없는 활동과 관계들을 정리해 가면서 살아야겠다. 나에게 중요한 것, 꼭 해야 할 것 등을 선택할 지혜가 필요하겠다.


유난히 작은 것들이 예뻐 보이는 계절이다. 겨울을 이겨내고 핀 꽃들이라서 봄꽃들은 더 귀하고 위대해 보인다. 작은 것들, 열매를 맺기 위해 핀 꽃들은 더없이 사랑스러운 꽃들이다.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된 그 꽃도 그랬다. 정말 고생 많았어~ 봄맞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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