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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Apr 12. 2024

봄이 한 일들에 감사를

타이틀 사진은 농장 가는 입구에 있는 풍경이다. 꽃길을 통해 농장으로 가는 날마다 행복했다. 옆집 할아버지께서 가꾸시는 복숭아나무에 꽃이 피어서 건너편 벚꽃과 썩 잘 어울린다. 지석강 물속에도 거울처럼 벚꽃이 피었다.



올봄에는 유난히 꽃을 많이 보았다. 세량지를 지나는 길, 동구리호수공원, 능주교의 풍성한 벚꽃들과 함께한  봄날이었다. 노심초사 길러 오던 블루베리 나무에 꽃이 피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뒤영벌을 넣어 주었다. 생각보다 벌이 커서 사람한테 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벌들은 다행히 꽃들에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느라  바쁘다. 하긴, 조그맣고 하얀 종처럼 생긴 꽃들이 울방울 달려 있는 블루베리 꽃이 벌들에게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블루베리 삽목하는 법도 배웠다. 3월 초에 채취한 올해 올라온 나뭇가지로 삽목을 했다. 삽목욕 상토(블루미)를 구입했다. (트레이와 컵화분을 산다. 4*6*21 총 504개를 완성했다. 나뭇가지는 꽂을 부분은 잎눈 부분에서 사선으로 자른다. 잎눈을 5~6개 남기고 위 부분은 반듯하게 자른다. 상토는 물과 섞어서 컵에 담고 자른 나뭇가지의 잎눈 2~3개가 밖으로 나오도록 꽂는다. 삽목한 나무에  2~3일마다 물을 주고, 햇볕을 30% 정도 차단할 수 있는 곳에 보관한다.) 



농사초기에 묘목을 사 와서 화분에 옮겨 심고 열심히 키웠다. 더위와 물관리를 잘 못해서 1,000주가 넘는 블루베리를 살리지 못한 아픔이 있다. 삽목 하는 법을 진즉 배웠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현재도 화분에 나무가 없는 것이 십여 개 있어서 보식을 해 줘야 한다. 삽목해 놓은 나무들이 잘 자라기를 매일 들여다보며 관리하고 있다. 벌써, 초록색 잎이 나와서 어찌나 예쁜지.




복숭아나무도 꽃이 피었다. 친구들이 복숭아꽃 피었냐고, 예쁠 것 같다고 궁금해하길래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예쁘다고 성화다.



"그 예쁘고 많은 꽃들을 내가 90% 이상 따 줘야 해 ~ㅠㅠ"

"힘들겠다. 그래도 꽃 보면서 일하니까 덜 힘들지?"



복숭아꽃이 이렇게 예쁜 꽃인 줄 처음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실제로 잘 먹지도 못했으니까. 복숭아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먹어 보곤 했는데, 어릴 때처럼 목이 따갑고, 피부가 가려워지는 심한 알레르기는 없었다. 오히려 달콤한 향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아직, 열매를 만지는 작업이 없어서 딱히 알레르기와 관련이 없었다. 초록색 풀들과 어우러진 분홍빛 복숭아꽃이 무척 사랑스럽다. 예부터 도화꽃은 혼을 빼가는 꽃이라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 





복숭아나무의 과일은 주가지가 아닌 가느다란 가지에서 달린다. 결과지 끝을 아래로 살짝 내려주면 둥그런 모양이 생긴다. 등 쪽에 난 꽃은 모두 따 주고, 아래쪽은 가지의 길이에 따라 꽃을 남긴다. 4월에 냉해 피해가 있을 수 있어서 꽃은 여유 있게 남겨 두고 나머지를 따준다.(적화) 꽃과 꽃 사이에 있는 잎이 다치지 않게 꽃을 따야 한다. 잎은 나무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열매가 열리면 열매의 모양을 보고 좋은 것을 남기고 따 준다.(적과) 열매가 탁구공만 해지면, 봉지를 씌워야 된다. 아직 봉지 싸는 작업은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그 시기에 전문가님들께 배워야 한다.





복숭아나무 수형 잡기, 가지치기를 하느라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했더니 아프던 무릎이 붓고 뻑뻑하다. 이번 작업까지는 사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아직도 한 사 날  가지치기를 해야 할 작업양이 남아 있다. 풀들이 무릎까지 올라와서 임대사업소에 승용예초기를 임대 예약했다. 올해 제초작업이 시작되었다.



봄에 나무들도 꽃을 피우며 자라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도 블루베리 하우스와 복숭아 밭을 오가며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생명의 신비를 만난다. 나무들은 새순을 올리고, 풀도 꽃도 가릴 것 없이 꽃송이를 피워 올리고  있다. 봄이 위대한 계절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봄이 해낸 일들, 우리가 해낸 일들이 모두 꿈만 같다. 봄도 우리도 좋은 결실을 만들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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