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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r 15. 2024

다시 만나 반가워 봄!

광양 매화마을에 매화가 만발했다고 지인이 사진을 여러 장 보내줬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온 산에 매화와 사람들이 가득했다. 매화꽃 아래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부러웠다.



섬진강을 따라 여행할 때, 멀리서 보이는 풍경을 차 안에서 넘겨다 본 기억은 있다. 실제로 매화마을을 구경하지는 못했다.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앞세워 다음으로 미뤘던 여정이었다.



매실액을 좋아해서 해마다 빠지지 않고 매실을  담갔다.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뺀 매실에 동비율로 설탕을 섞는다.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가끔씩 저어준다. 10kg을 담그는데 며칠이  걸린다. 설탕이 다 녹은 매실은 통에 담아 밀폐한다. 100일 정도에 매실을 건져서 매실 열매에 술을 부어 놓는다.



매실액은 배앓이를 할 때나 체했을 때 마시면 좋다. 사계절 숙취해소, 여름철 갈증에도 얼음 띄운 매실차는 탄산음료 버금간다. 초고추장 만들 때, 미역초무침, 냉국 등 식초가 들어가는 요리에도 매실액이 필수다. 묵힐수록 좋아서 일 년씩 밀쳐 두고 먹는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쓰임이 많은 매실액이다.



작년 봄에 산림조합에서 매실과 대추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등 20여 그루를 농장 주변에  심었다.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었는데 조경 계획이 바뀌었다. 더 늦기 전에 나무들을 파서 다른 장소에 심었다. 나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늘 미안했다.



올봄에 꽃이 피지 않을까 봐 걱정하고 있던 매화꽃이 피고 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꽃이 많이도 피었다. 우리 농장에 핀 매화꽃이 광양 매화마을 꽃사진보다 훨씬 더 예쁘다.



농장 주변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이 오는 모습이 보인다. 강물소리는 경쾌해지고, 나무들도 움트고 있다. 복숭아나무는 가지마다 붉은색을 띠고 잎눈과 꽃눈을 밀어 올리고 있고, 블루베리 나무도 꽃망울을 방울방울 매달고 벙글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 농장에서 가장 예쁜 주인공은 자그마한 매화나무가 피워 올린 매화꽃이다. 농장에 갈 때마다 제일 먼저 다가가 꽃들을 들여다보며 꽃을 세어 본다. 오늘 아침, 몇 개의 꽃이 더 피었다. 지금 봄이 여기에 머물고 있다.



어느 멋진 교수님의 메시지



작지만, 애쓰는 매화나무가 초보 농부인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럽다. 우리도 봄을 맞아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 말없는 나무들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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