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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y 13. 2024

사랑을 마주하는 방식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문학동네, 2023)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섬세하고 인상 깊은 문체로 깊은 감동과 마음의 울림을 주는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으로 단편 부분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다.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우아하고 섬세한 문장, 서늘하면서도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국내 문학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은 명작으로 회자하는 책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어떤 것은 빛이고, 어떤 것은 물질일까? 선택해 온 것들이 옳았을까를 돌아보기도 한다. 주인공 헤더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를 따라가 본다.)  



 

로버트 교수가 차를 마시자고 권했다. 기말고사 시험에 항의의 표시로 모든 학생이 시험지를 놓고 교실을 나가버린 후였다. 교수는 최선을 다해 들어주는 온화한 사람이다. 교수는 부인과 별거 중으로 학교 앞 한국 식당 위층에 천장이 경사진 방 2개짜리 협소한 집에서 산다.     


 

교수는 헤더의 방정식 풀이가 맞지 않다고 말해 준다. 학생들이 자만하지 않도록 어려운 문제를 출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험을 끝낸 유일한 학생이었기에 자기 집에 초대했다고 말한다. 풀이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시험이었다고 말하는 교수는 헤더보다 30살 많다. 


    

헤더의 연인 콜린은 로버트 교수보다 젊고 잘 생기고 뻔뻔스러울 만큼 고집 셌고, 세계에 대한 건강한 낙관이 가득하다. 콜린과 가까워지면서 콜린이 미래의 남편이 되어 가족을 꾸려가며 살게 되리라는 짐작을 한다.  

    


(로버트와 콜린으로 향하는 마음은 다른 감정이었다고 한다. 사랑의 형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이 다른 감정을 느꼈을 주인공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편안함을 느끼는 마음과 평탄한 미래가 보장된 낙관 사이를 오가게 되는 헤더의 마음이 담담하면서도 치밀하게 그려진다. 헤더는 로버트와 자주 만나게 되면서 관계는 변하게 된다. 스승과 제자가 아닌 연인의 감정이 살아나는 것이 느껴진다.)    




2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 로버트 교수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 한다. 또, 물리학과 그의 초기 연구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이런 만남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학교 앞에 있는 로버트의 아파트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 헤더와 로버트의 우정은 사랑으로 변해간다. 어느 날 바깥에서 술을 한 잔 마시기로 한다. 바에서 콜린이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된다.     



(콜린이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는 장면은 놀랐다. 결국, 소설 전체에서 불안하게 만들었던 문제가 눈앞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될까를 주시하며 읽게 된다.)    



콜린은 로버트와 다시 만나지 말라고 한다. 헤더는 로버트와 마지막 만남으로 결별하고 결혼하지만, 3년 정도 서신 왕래가 이어지다가 차츰 교신도 줄어들어 완전히 끊기게 된다. 우연히 림프 종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한다.  


    

남편 콜린은 로버트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아내 헤더에게 묻지 않는다. 헤더는 콜린에게 로버트에 대해 몇 번이나 말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한다. 자기의 마음에 떳떳해지고자 비밀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했기에 콜린이 자기의 고통보다는 아내 헤더의 마음을 헤아려서 자신의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아내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편은 아내가 힘겨워할까 봐 곤란한 질문을 피하는 방식으로 아내를 보호해 주는 품 넓은 사람이다. 화자인 헤더보다는 그의 남편인 콜린의 입장도 잘 묘사되고 있다. 일인칭 화자의 기억 속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이 느꼈을 심정을 따라가게 된다. 헤더와 로버트와 콜린 중 진짜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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