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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y 27. 2024

따뜻한 불씨를 심어요

허지숙 동시집 『새싹들의 외출』(아동문예, 2024)을 읽고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시집을 표방하는 《아동문예》에서 허지숙 선생님의 동시집이 나왔다. 허지숙 선생님은 1975년 《새교실》 동시추천,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당선되어 동시 작가로 활동했다. 그동안 각종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초등교사로 40년간 재직하다 교장으로 퇴임했다.    


  

“진솔함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아직도 아이들에게 남겨줄

밝고 투명한 영혼의 시어가 남아있다면

한 사람의 입술에 읊조리는 시 한 줄이라도

가슴에 울림으로 남아있다면 좋겠다.” -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이 귀하고 특별한 이유는 꽃 그림과, 꽃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자연을 테마로 숲, 나무, 새, 꽃에 대한 동시집이라서 더 좋았다. 다음 시를 보자.     



봄 햇살이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여기저기

연두빛 새싹들이

걸려나온다.

              ― 「봄 낚시전문 


    

봄 햇살이 낚시한다는 표현, 새싹들이 걸려 나온다는 생각이 새롭다. 봄 햇살에는 자연도 사람도 걸려들고 말 것 같은 풍경이 연상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로 구성되어 계절마다 살아가는 꽃과 자연의 풍경을 노래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들여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고 정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동시집이었다. 어린이들이 이 동시들을 읽는다면, 사계절 어떤 꽃이 피고, 자연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저절로 배우게 될 것 같다. 똑같은 자연현상이지만, 허지숙 시인은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봄꽃들이

너무 빨리 진다고

아쉬워하시는 할머니     


예쁜 꽃무늬

스카프 사 드렸다.     


할머니 미소가

봄꽃보다 예쁘다.

                 ― 「봄꽃전문     



할머니께 꽃무늬 스카프를 사드리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아이의 마음이 봄꽃이다. 할머니 마음엔 평생 봄꽃이 필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족애로 끌고 와 표현한 동시였다.     


      

밤새 눈이 왔다     


아파트 발목까지

눈이 쌓였다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

찬바람이

얼른 들어온다     


어젯밤

산새들은

어디에서 잤을까?

                ― 「산새들은전문  


   

자연도 사람도 누군가를 위한 이타적인 마음은 저절로 일어나는 천성인 것 같다. 허지숙 선생님도 그랬다. 베란다 문을 열어 찬바람도 불러들이고, 산새들은 추운 날 어디에서 잤을까를 걱정하는 시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40년을 생활한 시인이라서 새싹만 봐도 저절로 아이들 생각이 날 것 같다. 새싹의 모습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고, '삐뚤빼뚤 줄 서 있는 아이들'까지도 사랑이 가득한 눈, 미소 띤 얼굴로 아이들을 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불씨라는 동시에서 “너 괜찮아?”라고 묻는 친구의 마음도 똑같은 느낌이 드는 시다. ‘친구를 걱정해 주는 말 한마디가 가슴속에 따뜻한 불씨가 된다’라는 말이 참 좋았다. 그 불씨가 자라서 허지숙 선생님처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어른으로 자랄 것 같다. 『새싹들의 외출』이라는 동시집을 읽으며 따뜻한 불씨를 가슴속에 심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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