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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n 10. 2024

작가가 예측한 미래 세계

청소년 테마 소설 『알바의 하루』(2020, 단비) 중「반려동물 관리사」

『알바의 하루』는 알바를 테마로 한 소설집이다. 김소연, 김태호, 문부일, 박경희, 윤혜숙 작가가 참여한 엔솔로지 청소년 소설집으로 2020 우수 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반려동물 관리사」는 이 책의 첫 번째로 실린 작품으로 김소연 작가가 썼다. 김소연 작가는 아동청소년작가로 2007년 장편역사동화 『명혜』로 등단한 이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승아의 걱정』, 『타임슬립 2120』, 『격리된 아이』(공저) 등이 있다.   

   


  

2060년, 고등학생 앨런이 알바 면접을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최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이 갖춰진 맨션은 자기가 살고 있는 서민층의 집들과는 사뭇 다르다. 미래 세상은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벽면을 홀로그램 화면의 가득 채워지고, 각종 뉴스가 흘러나온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심지어 복제인간도 많은 세상이 되었다. 알바를 찾고 있던 앨런은 [반려동물 관리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2040년대 이후,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의 직업 중 3분의 1을 차지해서, 인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로봇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지배하게 되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인간의 공감 능력, 친화력, 소통력이 그것이다. 



     

앨런은 난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이 아버지와 생활한다. 앨런은 그림에 재능이 있다. 아버지의 직업이었던 화가로 안일하게 살기 싫어서 가슴 뛰는 일을 찾다가 반려동물 관리사가 된 것이지만, 아버지는 마뜩잖아한다.  


    

아버지는 평생 화가로 살았지만,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예술가 증명서는 발급받지 못하고 은퇴를 한다. 예술가 선정 담당 AI가 아버지를 예술가로 분류하지 않았다.  


    

서민층은 쉰에 은퇴 후, 여생을 실버센터에서 보낸다. 퇴직금은 신탁기금으로 기본수당을 생활비로 전액 지불한다. 그곳에 아버지가 들어가게 된다. 인공지능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직업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사흘 이상 근무하면 노동청에서 조사원이 나왔다. 손목에 차야 하는 스마트 링을 통해 개인의 모든 정보를 시스템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알바하는 집주인인 이 팀장은 앨런의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알바를 한 군데 더 소개해 준다. 그렇지만,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로봇이 있는 시대인 만큼, 이팀장의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는 복선을 깔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해 나가다가 나중에 그가 인간이 아니고 로봇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충격이 클 것 같다. 


     

앨런은 실버센터에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 어렵게 면회 허가를 받고, 비싼 양복을 한 벌 준비한다. 아버지를 향해 가던 버스 안에서 부고 소식을 듣는다. 투신 소식을 듣고 경악한다. 자살에 의한 사망은 연금은 일절 금지되고, 입소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로봇이 만연한 세상에서는 인간미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가족의 개념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없는 세상, 관리와 통제에 의한 메마른 세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앨런은 반려동물 관리사로 안주하며 살아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는 말을 전자우편으로 아버지한테 보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게 다라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겠지”라는 말을 유서로 남긴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한 한 달간의 휴가에서 앨런은 스마트 링을 벗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 얽매이는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반항해 보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용기 또한 청소년이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로봇과 기계들이 인간의 삶을 체크하고 허락하고 지시하고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로봇이 서 있다. “안락하고 편안한 삶,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안에서 사는 게 뭐가 불만이야?”라고 이팀장은 말한다.  


   

현실에서도 문의 사항이 있을 경우에 상담 전화를 찾게 되는데 상담사의 목소리를 듣기까지 수 분을 기다리던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ARS에 이어 챗봇이 상담해 준다. 내가 궁금해하던 내용이 정확히 해결되었는지 로봇과는 명쾌한 상담이 해결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상담사의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된다. 


    

사람이 빠진 자리, 인간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래 세계를 그리는 건 작가의 상상력이다. 과연 이런 세상이 올까? 신기했던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나 출간한 이 책은 우리 삶의 곳곳에 파고든 인공지능 로봇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삶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테드창의 소설 ‘숨’을 읽었던 때와 임태운 작가의 소설들처럼 SF적 요소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디스토피아적 재난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머지않아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워진다. 영화 ‘마션’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키워 먹는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현실성이 충분히 반영된 SF 소설이다.   


   

인간의 삶에서 가족이란, 평생을 해 나가야 하는 직업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여실히 보여주는 무게감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세상만사가 발전, 편리만을 지향하며 살아가다가는 책 속의 세상의 모습대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 마음을 나누는 따뜻함을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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