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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n 26. 2024

꽃천지에서 한나절

동양최대의 백련자생지를 가다


둘째와 나들이를 가는 토요일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회사일이 첫째인 남편은 저녁에 술자리가 많았고 더군다나 불금에는 어김없이 술을 먹어야 하는 일정이었다. 토요일 오후가 되어야 겨우 술을 깨고 일어났다. 그런 생활을 힘겨워했지만,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첫째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생으로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둘째도 나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이럴 바엔 차라리 우리 둘만이라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점심 준비를 마치고, 둘째와 나는 집을 나서는 것이 그 시절의 규칙이었다.



둘째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 엄마랑 둘이서만 다니던 여행을 처음에는 어색해했다. 아빠랑 형은 어떡하고 둘이만 여행을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나중에는 엄마랑 둘이만 다니는 여행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 축조된 백련지는 복룡지라는 이름으로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오다,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저수지의 기능을 상실한 곳으로써 백련이 가득하게 된 계기는 1950~60년 당시 저수지 옆 덕애 마을에 사는 주민이 백련 12주를 구해다가 심었는데,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좋은 징조라고 여겨 정성껏 가꾸기 시작해 지금의 백련 자생지가 되었습니다.



회산백련지는 일로읍 복룡리에 위치해 있으며, 둘레는 3km 면적은 313,313㎡로 2001년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으로써 1997년 제1회 연꽃축제 이후 지금까지도 매년 7~8월경 연꽃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멸종 위기 식물로 알려진 가시연꽃 집단서식지로도 많이 알려졌으며 백련지 안에는 수련, 홍련, 애기수련, 노랑어리연 등 30여 종의 연꽃과 50여 종의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다양한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무안군청에서 발췌



주로 산으로 여행을 다녔던 터라 회산 백련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연꽃이 가득 심어져 있어서 걷고 또 걸어도 초록의 싱그러움과 정비된 꽃들이 환해서 좋았다. 잘 조성된 약 10만 평의 평지를 걷는다는 것은 약간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틈이 없이 아기자기한 조성물들이 있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포토존이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사진 찍는 것이 더 좋아서 멈추고 또 멈추는 여정이었다.



통통한 둘째가 걷기가 힘든지 팔을 축 늘어뜨리고 힘이 없을 때, 미니 동물원을 발견했다. 둘째는 동물을 만지지도 못하면서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엉덩이를 빼고 동물들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어색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9월 말이라도 날씨가 더웠다. 백련지 한쪽에 커다란 전망대와 카페가 있어서 찾아들었다. 아이스크림과 바닐라라떼와 간식거리도 있었던 것 같은데... 둘째의 허기를 채우고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가시연꽃의 또렷한 모양에 취해, 노랑어리연과 수련들이 가끔씩 보일 때마다 발길을 멈추곤 했다. 우리는 두 바퀴를 걷고, 점심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둘만의 여행을 마치고 나면, 둘째를 위해서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조용히 쉴 수 있어서 좋고, 큰애는 집중해 공부할 수 있었고, 둘째와 나는 둘만의 시간 동안에 바깥바람을 쐬고 올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한 활동이었다. 또 하나의 추억이 쌓여 둘째와 나의 대화 소재가 되었다. 집안에만 틀어 박혀서 스트레스를 쌓기보다는 바깥활동을 통해 둘째와 말 한마디라도 더 주고받는 정말 필요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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