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휴 Nov 08. 2024

가을이 머무는 자리


가을이 머무는 자리다. 은행알이 붉어져 땅에 떨어졌고~ 알밤도 밤송이도 이제는 지쳤다는 듯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아직 초록이 더 많은 산을 품고 가을 강물이 초록으로 흘러간다~ 강물은 가을만 싣고 가는 게 아닌 듯하다~ 저 멀리 가을을 구경하고 픈 내 마음도 싣고 간다~~~ 하늘은 또 얼마나 푸르던지~ 시원한 바람은 말하지 않겠다~ 가을이다~¤





복숭아나무 유인작업 중이다. 5단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섰다. 내가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높이다. 가을하늘이 이렇게 파랗게 맑고 넓은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야 알 수 있었다. 사다리 꼭대기에서 위태로운 자세지만, 가방의  휴대폰을 꺼내서 카메라를 켠다. 콩밭 너머,  복숭아밭 너머 흰구름 동동 떠 있는 파란 하늘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 가을 하늘, 참 예쁘다.





하늘에 길이 생긴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가 예쁜 길을 따라 농장으로 출근한다. 파란색 하늘이 더없이 좋았던 맑은 날, 가을의 한가운데다. 하늘길 한가운데로 좋은 것들이 지나가면 좋겠다. 믿음, 소망, 사랑 같은 거... 이 가을에 보고픈 얼굴들도...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벌레들이 처서가 지나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예쁜 모양새로 자라던 버드나무였다. 벌레들이 이파리를 모두 먹어치웠다. 나무가 그대로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새 잎들이 올라오고 있다. 찬서리가 내리기 전에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이파리를 키워 주기를, 양분을 넉넉하게 저장한 후에 낙엽이 되기를~~





여름 내내 풀과의 전쟁을 치렀던 복숭아밭에 한로가 지나면서 풀이 자라는 양상이 더뎌졌다. 색깔이 붉고 매운맛이 나서 귀신을 쫓는다는 역귀에서 여뀌라는 이름이 된 풀. 멀리서 보면 꽃이불을 덮은 것 같다. 깨끗한 초록이랑 잘 어울리는 분홍이다. 오늘 하루도 초록초록 분홍분홍 그런 날이길~♡





화순농업기술센터에서 블루베리 정지 전정 교육이 있었다. 교육을 들을수록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후변화가 심하고 기온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서 병해충 방제와 온도관리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해마다 농작물 관리와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교육과 홍보 등으로 농민들과 함께하는 화순군 농업기술센터에 감사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