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오늘의 시 한 편 (37).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를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을 하지 않고 살아 본 시간이 나에게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10살부터 바쁜 엄마를 도와 나뭇가지로 불을 때서 밥하기 시작했다. 늘상 무언가를 한 나에게 ‘워크홀릭’이라고 말하는 남편은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누구 덕분에 그런 자유를 누리며 사는 줄도 모르고 나를 채근한다. 며칠 전에 농업기술센터 소장님이 농원을 둘러 보고 일감을 주고 갔다. 블루베리 나무들에 달린 잎들을 모두 제거하라는 것이다. 노지라면 바람에 모두 떨어졌을 텐데 하우스에서는 직접 따 줘야 한단다. 작년에는 그런 지령이 없었는데, 올해는 성목에 되었기 때문에 해 줘야 한단다. 나에게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가 주어진다면, 1,000주가 넘는 나무들의 이파리를 직접 따줘야 하는 그 일 정말 하기 싫다. 까치설날이다. 오늘과 내일은 농원일 은 정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