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오늘의 시 한 편 (39).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새와 토끼
이산하
또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고 졸았다.
광부들이 갱 밖으로 탈출했다.
사장은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새의 목을 비틀어도 입갱금지 조치를 내렸다.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중독돼 쓰러져갔다.
전쟁 때 잠수함 속의 토끼가 죽자
선장의 명령으로 토끼 역할을 대신한
「25시」시의 작가 게오르규 병사가 떠올랐다.
누가 병든 새와 토끼를 넣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찍 숨을 멈추었을 수도 있다.
지키는 자는 누가 지키나.
이 지키는 자는 또 누가 지키나.
이제는 먼저 아픈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낡은 것은 갔지만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
그 순간이 위기다.
아직 튼튼한 새와 토끼는 도착하지 않았다.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이 지키는 자는 또 누가 지키나
(지킨다는 말에 목부터 메어진다. 날씨가 추워지니, 거리에 모여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달려갈 수도 없는 입장에서 조바심이 난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맞춰서 그 지랄을 했나? 거기까지 계획적으로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생각을 하면 분한 마음이 더 든다. 새와 토끼가 이렇게 슬픈 운명을 가졌는지 몰랐다. 슬픈 운명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처럼. 지키는 자 그들이 새와 토끼가 되지 않도록 마음으로 응원하며 지켜보는 사람이 되겠다. 내가 지키는 자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