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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의 돌

박형준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40).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달나라의 돌


박형준

아라비아에 달나라의 돌이 있다

그 돌 속에 하얀 점이 있어

달이 커지면 점이 커지고

달이 줄어들면 점이 줄어든다˝

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 있다

하얀 점이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 말을 건드리는 마술이 어디에

분명히 있을 텐데

사물마다 숨어 있는 달을

꺼낼 수 있을 텐데


당신과 늪가에 있는 샘을 보러 간 날

샘물 속에서 울려나오는 깊은 울림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雪)이

어느새 꽃이 되어 떨어져

샘의 물방울에 썩어간다

그때 내게 사랑이 왔다


마음속에 있는 샘의 돌

그 돌 속 하얀 점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안

나는 늪가에서 초등달이 되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믐달로 바뀌어간다


˝ 플리니우스의 말이라고 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달빛 속을 걷다』 참조.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 있다



(내 소유라고 알고 있는 사물들도 말을 한다면, 중지에 끼고 있는 묵주 반지는 뭐라고 할까? 시어머님의 유품인 도톰한 반지를 녹여 묵주 반지를 우리 부부가 쌍으로 만들었었다. 16년간 모신 상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만성두통에 좋다고 해서 중지에 끼고 있다. 종교는 바뀌기도 하는 것이어서 종교적 의미는 없다.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나무람 없이 나를 믿고 의지하시며 사랑해 주셨던 따스한 시어머님이 늘 함께하시는 것 같다. 처음 인사 갔을 때, 만면에 웃음을 가득 피워내시며 그분은 내게 사랑으로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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