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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미스 언더스탠딩

권창섭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54).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아이 미스 언더스탠딩


권창섭


우산을 읽어버리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이 있다

우산을 잃어버리고 집에 돌아가면

고양이한테 혼이 나니까


우리가 눈이 마주칠 때 건네는 인사에

나는 “안”을 더 잘 발음하지만

너는 “녕”을 더 잘 발음하고


그런 우리의 감정에 대해

“상”의 발음은 내가 더 낫지만

“냥”의 발음은 네가 네이티브하고

오늘도 나는 토익 대신 묘익을 공부하지만

대개는 낙제점이라

어렵게 출제한 너와

공부가 모자란 나는

괜히 맘이 좀 그래서

너는 “미안”을 담당하고

나는 “해요”로 마무리한다

몇백년 만에 단 한번

cAt 행성과 HomO 행성의 궤도가 겹치는 찰나에

아주 잠깐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나눌 수 있다는데,

그때는 우리가 함께 있지 못하다면 어쩌지

이미 우린, 상냥한 안녕을 나누게 되어

서로에게

미안한 상태라면


지구는 아마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이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고 집에 돌아갔다

이날도

고양이에게 혼이 난다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우리가 눈이 마주칠 때 건네는 인사에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할 때도 마음은 다를 수도 있겠다. 내 마음을 상대방이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을지, 상대방의 마음을 내가 잘 알 수 있을지…, 둘째와 나의 삐걱대는 대화가 생각납니다.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둘째 때문에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이 많습니다. 보통이 아이들은 한두 번 말하면 될 일도 둘째는 수십번을 말해야 하니 없는 체력도 소진될 판입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제가 포기하면 될 일이라고 말합니다. 둘째가 고집이 센 것이 저를 닮았다나요~~~ 둘째야! 네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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