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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수 있는 행복

by 민휴

[25.7.15.] 글을 쓸 수 있는 행복


오월말부터 시작된 블루베리 수확이 마무리되었다. 아니,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들이 있어서 훑기 작업은 진행 중이다.



복숭아 수확도 조생종 말랑이와 딱딱이 두 품종이 마무리되어서, 한 시름 놓인다. 앞으로도 할 일들이 줄줄이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틈이 생겨 컴퓨터에 앉을 시간이 생겼다.



한 줄이라도, 짧게라도, 무언가 할 말들을 적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 줄 알겠다. 몸도 마음도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들이 뒤로 밀쳐진다는 것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겨우 컴퓨터에 앉으려고 하면 벌써, 시간은 밤 12시로 향하고 있다. 옆지기는 잠잘 시간에 컴퓨터를 켠다고 타박이다.



"내가 날마다 밤낮없이 흙속에서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이면 좋겠어?"

목소리를 높이다가 울어 버렸다.


"아니, 당신이 너무 힘들까 봐 하는 말이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그러다가 당신 쓰러진다고!"


그런 시간들을 용케도 건너왔다. 내일도 새벽에 농원으로 달려가야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25.5.29.] 복숭아 적과작업


노을이 나타나는 시간까지 복숭아 열매솎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너무 많이 달려서 따내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상과로 붙어 있는 열매가 있다. 위치가 열매를 달아 놓아야 할 자리라서 하나를 따내면, 나머지도 함께 떨어져 버린다.



나중에 봉지를 싸거나, 복숭아가 커지면 무거워서 떨어지게 된다. 기초가 약한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사람도 살면서 중간에 실수하지 않고, 성공의 길로만 갈 수 없듯이 복숭아도 그랬다. 우리네 삶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이 확연하게 구분되면 좋겠다는 잔꾀가 들어간 생각도 해 본다.



만사 불여튼튼(무슨 일이나 튼튼히 대비하여야 좋다.)



주 가지 가까운 쪽과 가지 끝, 윗부분, 미수정 된 것 등 따내야 할 것들을 따내고 열매가 될 것만 남겨야 봉지 싸기가 수월하다. 지난해, 직접 체험했던 공정을 생각하면서 적과작업을 해 나간다.







[25.6.3.] 비몽사몽~~


연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원으로 향하고 있다. 둘째가 동행하기 어려워 나만 먼저 출발해서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옆지기가 둘째를 챙겨서 다니는 곳에 보내고 농원으로 온다. 그 작은 열매를 언제 다 딸 거냐고 걱정해 주는 지인들이 많았다. 수확을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에 블루베리가 달려 있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지인들. 연일 3~4시간 밖에 잘 수 없는 상황이라 수면부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블루베리 수확과 복숭아 적과작업 후, 봉지 싸기.



비몽사몽~ 졸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깜빡 조는 틈에 블루베리 나무에 방울방울 달린 열매가 머릿속에 떠올라 농원에 있지 않아도 블루베리가 나를 따라다닌다.



그 와중에도 책 읽기와 글쓰기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내 삶이 어떤 형식과 내용의 글로 승화될 수 있을지 늘 고민인 가운데, 체력 소진 현상을 느끼고 있다. 농사를 짓는 연중 가장 바쁜 나날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달... 현명하게 넘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25.6.5.] 복숭아 봉지 싸기


복숭아나무의 병해충 방제를 위해서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했다. 적과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급하게 봉지를 싸야 하는 품종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봉지를 쌌다.



나무와 열매가 초록색일 때는 복숭아가 달려 있는 나무인 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하얗게 봉지를 싸 놓고 보니,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봉지 속에 복숭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들 속에서 오늘도 일손 돕기를 위해 여러분이 오셨다. 봉지 싸기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일의 속도도 빠르고, 봉지 싸기도 정확하게 잘했다. 다 키워 놓았는데 점하나 때문에 따내야 하는 열매가 보이면 너무 놀라고 슬프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온갖 감정들이 밀려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최소 6월 10일까지는 봉지 싸기를 마쳐야 된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25.7.3.] 블루베리 수확 마감


블루베리 수확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아직, 블루베리가 나무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자잘한 열매들이 굵게 자라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굵은 열매로의 판매는 마감되었고, 두 번째 굵기로 판매해야 한다.



작은 열매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블루베리 판매에는 매일 물량이 없어서 동동거렸다. 판로가 없어서 힘들 줄 알았던 예상을 깨고, 우리 "햇살채움농원"의 블루베리를 드신 고객들은 거의 재구매를 해 주셔서 블루베리 주문이 폭주했다.



한 달간 1.5톤을 생산하면서 지인 판매 물량도 달려서 로컬푸드에 출하할 수 없었다. 우리 블루베리를 반겨주시고 맛있게 드셔주시고 재구매해 주신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 오듯 땀이 솟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내 일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블루베리 수확을 도와준 형님과 친구 두 명은 한 팀이 돼서 수확, 선별, 택배 포장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복숭아 수확까지 마치게 되면, 뜨거운 여름날을 함께 했던 분들과 블루베리와 복숭아 수확 마감식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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