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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며 알게 된 것

by 민휴

[25.8.7.] 땅이 가진 색깔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도 농원에는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다. 며칠 동안 블루베리 나무들이 죽은 화분에 보식하는 작업을 했다. 똑같이 키우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이 죽어간 나무들이 있다. 화분의 흙 속을 확인하고나서, 아랫부분에 진흙의 비중이 많은 화분이 배수가 잘 안 되어 나무가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흙들을 파내서 바깥으로 옮겨 놓고 새 흙을 만들었다. 블루베리 전용 상토인 피트머스와 펄라이트(돌을 튀긴 것인데 흙속의 공기층을 형성해 주는 역할)를 2:1로 섞고, 전체의 10% 정도 왕겨를 섞어 물을 뿌렸다. 새 흙을 화분에 넣고 묘목을 심었다. 포트에 담긴 화분들이 큰 집을 찾아 안착했으니 건강하게 자라길 빌었다.



보식하는 작업 과정이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마무리되서 안심되었다. 비닐하우스 속에서 일하는 과정에 숱하게 땀을 흘렸다. 사실, 여름이면 더욱 비 오듯 땀 흘리며 일하는 날이 많다. 땀방울이 눈으로 들어가면 따가운데, 입으로 들어온 땀은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다. 땀이 짜다고 표현한 글을 읽었는데, 실제로 땀은 짠맛은 아니었다.



일했던 옷을 빨면 누런 흙물이 계속 나온다. 땀의 색깔은 누런 색이구나! 온 힘을 다해 애쓰며 산 색깔은 그런 색이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땅이 왜 누런 색인지를.



땅의 기원을 4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땅은 정말 많은 애를 쓰며 살고 있다. 온갖 것을 살려 내는 힘을 보면 알 수 있다. 미생믈이든 풀이든 나무든 온갖 것을 살려 내는 것이 땅의 본분이라는 듯 거대한 역할을 해내느라 땅도 얼마나 힘껏 살아가고 있을 것인가. 땅의 위대함을 내가 흘린 땀에서 유추해 본다. 땅이 가진 색깔의 이유를. 엄마의 손발이 누랬고, 나도 그렇게 변해 갈 것이다. 힘껏 살아 온 훈장처럼.




[25.8.2.] 풀과의 전쟁


블루베리를 수확할 때는 풀을 만지지 않는다. 커다랗게 자란 풀을 보면, 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 나가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멈춘다. 생과로 먹는 블루베리에 혹여라도 독성이 있는 풀을 만졌다가는 큰일이기 때문이다. 수확하지 않는 날에 큰 풀들 위주로 뽑는 작업을 한다. 수확이 끝나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화분마다 풀을 함께 뽑아냈다. 가지를 치우면서도 샅샅이 뽑았다고 개운해했었다. 그러기를 며칠 되지 않았는데, 묘목을 보식할 화분의 구덩이를 파는 작업을 하는 5일 동안에도 화분의 풀들이 쑥쑥 자라나 있었다.



대부분의 화분들은 착한 사람처럼 순하고 깨끗한 상태다. 풀이 있는 화분의 풀을 뽑다 보면, 풀의 뿌리가 그물처럼 얽혀 있다. 그런 상황인데, 겉에서 풀을 조금 떼어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한 가지 풀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또 너무 큰 오산이다. 온갖 풀씨들이 땅 위로 올라오려고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이끼가 가득 끼어 있는 화분은 이끼를 걷어 낸다. 흙이 숨을 쉴 수 없으니, 당연히 나무도 힘이 없다. 이끼를 걷어 냈더니, 어김없이 풀들이 쑥쑥 올라온다. 풀씨들은 컴컴한 땅 속에서도 결코 죽지 않고 살아서 세상으로 나온다. 한 가지를 뽑으면, 또 다른 풀이 어김없이 올라오는 생태가 아마도 땅속에 풀의 제국이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풀씨를 계속 땅 위로 올려 보내는 것 같다.



땅속 깊이 박힌 뿌리들을, 생각지 못했던 뿌리들까지 낱낱이 살펴서 남김없이 뽑아야 풀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걸로도 부족하다. 풀이 또 솟아나는지, 늘 화분을 살펴야 한다.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







[25.8.5.] 콩 순이 올라왔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풀을 뽑고, 돌을 치우고, 관리기로 흙을 부셔서 엄청 힘겹게 감자를 심었다. 둘째가 좋아하는 감자라서 식구들 나눠 먹을 생각으로 심었던 감자였다. 간식이나 반찬으로도 훌륭한 쓰임을 가진 감자를 마다 할 이유가 없지만, 농원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던 일이었다.



로컬에 내라고 재촉한 건 엄마였다. 마을 이장님은 얼마를 받았다더라 포장은 자재센터에 있고~~

놀랍게도 로컬에 냈더니, 하루 만에 다 팔렸다. 사실, 내가 처음으로 로컬에 농작물을 냈던 것은 블루베리도 복숭아도 아니라 감자였다.



그해 여름, 엄마는 감자를 캐낸 자리에 서리태 콩을 심어야 한다고 한사코 성화였다. 콩을 심고, 새가 파먹지 않게 덮개를 덮고, 싹이 나면 벗기고~ 검정콩 두 말을 수확해서 지인들과 나눠 먹었다. 선물 받으신 분들이 엄청 귀한 것을 받는다고 좋아해 주셔서 덩달아 나도 참 좋았었다.



엄마는 우리 텃밭의 총지휘자다. 팔순을 넘기시며 농사를 마감한 후에도 우리 농장 구석구석 텃밭 농사를 전화 통화로 다 짓는다. 올해도 그랬다. 감자를 심으라는 몇 차례의 전화에 감자를 심었고, 감자를 수확한 자리에 또 순식간에 콩을 심었다.



어찌나 바쁜지, 틈낼 생각도 못 했는데, 엄마의 지휘에 휘둘려(?) 정신없이 감자를 심고, 감자를 캐고, 또 콩을 심었다. 느지막이 심은 콩,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콩 순이 자라고 있다. 늦게 출발했지만, 소임을 다하려는 듯 하루가 다르게 커 올라오는 콩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언제 거둬야 하는지, 나는 또 까마득하게 잊고 있으면 엄마가 전화를 할 것이다. 그때가 콩을 수확하는 시기다. 우리 텃밭이면서 엄마의 걱정거리이고 궁리감인 노지 텃밭이 감자밭이 되었다가 콩밭이 되었다가 감자밭이 되었다가 현재는 콩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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