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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채움농원

by 민휴

[25.8.12.] 콩과 복숭아


며칠 비가 와서~ 콩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라 사진을 찍어도 밝고 환한 풍경이 보인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것을 보니, 어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통 흙탕물로 변해 격랑의 물살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강물이 다소 무섭기까지 하다.



이번 주말까지는 비 소식이 없어서 다행이다. 아직, 나무에 달려있는 복숭아들이 햇살을 머금고 당도를 올려 줘야 한요. 그동안 비가 오락가락해서 수분이 많을까 걱정 된다. 너무 익어서 물러지면 안 되겠기에 토요일에 수확하면 좋겠는데 하필, 토요일에는 택배차가 뜨지 않아 일요일 새벽에 수확하기로 했다.



떨어진 복숭아들을 주워 밭 바깥으로 빼냈다. 땅에 떨어져 썩으면, 밭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과원 관리는 최상품의 복숭아를 수확하기 위한 철칙이다. 기본적인 사항인데, 쉽게 생각하고 놓치는 경우가 있다. 혼자서 다섯 시간을 떨어진 복숭아를 치우고, 나무에 달려 병반이 보이는 복숭아를 따냈다. 그제야 또 조금 위안을 얻는 소심한 농부다.



늦게 심어서 걱정했던 콩들이 자라나는 모습은 무척 사랑스럽다. 조그만 콩에서 싹이 터서 한 뼘이상 자라났으니 정말 기특하다. 모기에 뜯겨 가면서, 호스로 물을 주면서 급하게 심기는 했어도, 무사히 싹을 터서 살아나 주기를 간절하게 빌었던 콩들이었다. 바로 곁에 있는 보의 물소리를 응원 삼아 씩씩하게 자라나는 것 같다.






[25.8.13.] 비 온 다음날


농원 일이 바빠서 정원 돌보는 일에 소홀했다. 대추나무 다섯 그루, 매실나무 네 그루, 느티나무 두 그루 등등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풀들이 내내 거슬렸다. 나무가 얼마나 귀찮을까? 나무가 얼마나 간지러울까?


"답답해! 너무 답답해!"


나무들이 자꾸만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엄마한테 떨어지지 않고 곁에 머물러서 떼어내고 싶은데, 내가 보기에도 나몰라라 할 수 없을 지경이라서 매몰차게 내치지도 못하는 그런 형국이었다.



비가 온 다음날, 바로 오늘이다. 풀 뽑기 좋은 날, 팔 토시와 장갑, 모자로 중무장하고 나무 주변의 풀을 뽑기 시작했다. 가지치기 좀 하는 나라서, ㅎㅎㅎ 가위를 들고 가운데로 자란 가지랑, 아래로 처지는 가지 등을 잘라서 통풍이 잘 되도록 해주었다. 정원 전체의 풀을 뽑기에는 역부족이라 나무 밑동 주변이라도 깨끗하게 풀을 뽑았다.



풀이 너무 크게 자라는 것은 병원균을 키우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해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뒤로 밀쳐지기 일쑤였다. 옆지기가 예초기로 한 번 쓱쓱 자르면 금방 끝날 일이었지만, 나무 곁은 뿌리를 뽑고, 깨끗하게 해 둬야 나중에 예초기로 풀을 자를 때도 나무가 다치지 않고 수월하게 제초가 되기 때문에 오늘의 작업은 참 후련했다.



오늘, 기초작업을 했으니, 옆지기의 제초 작업도 수월할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무를 위한 일이었는지, 옆지기를 위한 일이었는지, 내 불편한 속을 풀고자 한 일이었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무들이 시원해서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살랑살랑~~



행복한 대추나무




[25.8.14.] 블루베리 묘목 심기


블루베리 하우스를 한 곳 더 늘리기로 했다. 맨 처음 만들었던, 80평 하우스 반쪽을 텃밭으로 쓰고, 반쪽을 쉼터 겸 식사 겸 수도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주말체류형 농막을 직접 만들겠다고 신나게 작업했던 9평짜리 쉼터는 올해 2월 말 이후로 바빠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복숭아 수확이 마무리되면, 9월부터는 다시 만들기 시작할 수 있겠다. 예전 쉼터 하우스를 치우고 블루베리를 넣으려고 계획 중이다. 나는 2년 생 묘목을 내년 봄에 구해서 바로 심으면 좋겠는데, 옆지기는 1년생 묘목을 구해서 내년 봄까지 7개월 정도 우리가 키우자고 했다. 월동도 해야 하고, 물관리 등 우리가 지켜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농원을 시작하던 초창기에 묘목을 천 그루 이상 살리지 못했고, 삽목도 두 번이나 실패해서 큰 아픔을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묘목을 키우는 농장에서 월동한 후, 봄에 구입하면 나무가 죽을 확률도 낮고, 묘목을 살피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덜 쓰게 되어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옆지기는 자기 생각을 강행했다.



장대비 속을 뚫고 두 시간 가까이에 있는 장흥의 농원에 다녀왔다. 장흥에 있는 묘목을 키워서 파는 농원의 규모와 깔끔한 모습이 놀라웠다. 갈 때마다 더 좋아지고 있는 모습에 오랫동안 농원을 가꿔 오시는 전문가께서도 계속 농원을 키워나가고, 아끼며 관리하는 성실한 자세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묘목 판매하는 농원



150주의 묘목들이 자그마한 포트에서 조금 큰 포트나 화분으로 옮겨졌다. 잘 키웠다가, 내년 봄에 하우스의 큰 화분으로 다시 옮겨 심어야 한다. 어려운 걸음으로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튼튼하게 잘 살면 좋겠다. 우리 집으로 이사 온 묘목들도 잘 자라서 탱글탱글 탐스러운 보랏빛 열매를 만들어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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