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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랑, 잠자리는 괜찮지만

by 민휴

'윙~'

'앵~'

'붕~'


이런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을 움츠리고 재빨리 고개를 들어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남편이 벌에 쏘여 쓰러졌다 깨어난 사건 이후로, 세상에는 날아다니는 것이 아주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았다. 모기도 무섭고, 벌도 무섭고, 나방도 무섭다. 메뚜기는 폴짝, 뛰어다니며 채소들을 갉아먹고 나를 흠칫, 놀라게 한다. 심지어 땅강아지와 바퀴벌레도 날아다닌다. 나풀거리는 나비라야 안심이다. 요새 하늘에 많이 떠 다니는 잠자리는 순하고 무해하다. 나비랑 잠자리 말고는 아무것도 날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을 더 관찰하게 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가만 보니, 농원 주차장 쪽의 풀 위에 벌들이 왔다가는 일이 많았다. 육식성인 말벌이 풀 아래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땅으로 내려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걸어 다닐 때도 발밑을 살피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눈에 발견되는 말벌. 게다가 남편을 물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큰 벌도 가끔 보인다.



풀이나 벌레를 죽이는 약을 재빨리 하자는 내 말에도 남편은 시큰둥한다. 약을 쳐도 약 성분이 금방 날아가버리는데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우선, 풀에 있는 벌레들을 죽이면 될 것 아니냐는 말에, 자기가 벌이 보이면 잡겠다고 한다. 한 마리가 있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페로몬(동물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발산하는 화학물질)을 방사해서 다른 친구들을 부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도 괜찮다고, 친구들 오기 전에 잡겠다고 말한다. 매미채를 사서 실제로 몇 마리 죽이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드나들었던 장소에 그 무서운 말벌들이 왔다 갔다 한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절대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을 탓하며, 쪼그려 앉아서 주차장에 있는 풀들을 모조리 뽑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며칠째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풀들이 뽑아도 뽑아도 눈에 보이고, 애꿎은 내 손가락만 붓고 아프다.





"제발, 그만하라고! 허리도 아프다며!"


"당신이 내 말을 안 들어주잖아! 벌이 와서 남편을 죽이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어?"


"내가 그 벌들 다 잡겠다고!"


"이 넓은 들의 벌을 어떻게 잡아!"


이렇게 우리는 예전의 우당탕탕, 티격태격 부부로 다시 돌아왔다.



벌이 싫어하는 색깔은 검은색이라고 한다. 검은색을 입고 벌집 옆에 가는 것은 "나를 공격해!"라는 뜻과 같다고 한다. 흰색 계열의 옷을 입고, 꽃무늬를 연상하는 빨강과 노랑도 피하는 것이 좋다. 머리 부분을 특히, 조심하고, 벌이 보이면 당장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벌살충제, 기피제, 파리채, 모기약, 매미채 등을 구비했고, 벌에 또 쏘였을 때, 심장에 충격을 줘서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상비약도 구입했다. 한 사람 분 밖에 처방이 안된다고 해서 내 이름으로 하나 더 처방해 주시면 안 되냐고 무식하게 물었더니, 벌에 물려서 증상이 있었던 사람한테만 처방하는 거라고 말한다. 며칠 후에 한 번 더 가서 사정해 보려고 한다. 나의 무섬증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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