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앤솔로지 『격리된 아이, 그 후』 중 「연대의 법칙」
윤혜숙 작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 소설 창작 과정에 선정됐으며, 『밤의 화사들』로 제4회 한우리청소년문학상을 받았고,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뽀이들이 온다』, 『계회도 살인사건』을 썼으며, 『격리된 아이』, 『민주를 지켜라!』 『대한 독립 만세』 『광장에 서다』 등을 기획하고 함께 썼다. - 작가소개에서
이 전의 앤솔로지 『격리된 아이』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일 때, 청소년들의 일상과 막막하고 두려운 사회 상황이 펼쳐지면서 안타까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읽었었다.
이번 책은 그 후의 이야기라서 내용이 무척 궁금했었다. 앞의 책을 감명 깊게 읽었었고, 어른들의 무책임에 억눌린 청소년들의 미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격리된 아이, 그 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석우의 형은 두 달 만에 연락해 농장에서 일한다고 말하며 아프신 할머니를 걱정한다. 할머니는 다리가 심하게 아프지만 석우는 말하지 않는다. 형은 택배 일을 하다 물건이 쏟아져 어깨를 다치지만, 회사에서는 책임져 주지 않는다. 어렵사리 모아 두었던 돈이 고스란히 치료비로 들어간다.
석우는 열여덟 살이다. 형은 당분간 할머니를 잘 부탁한다며 가장의 책임을 떠맡긴다. 석우는 여름방학 이튿날부터 상하차 알바를 시작한다. 같은 반 친구 민구는 알바 현장에 찾아와 일을 시켜달라고 사정한다. 석우와 민구는 그렇게 서로 돕는 사이가 된다.
혜나의 아빠는 코로나로 인해 순대국밥집이 어려워지자, 엄마에게 손찌검을 시작해, 급기야 오빠와 혜나에게까지 폭력을 일삼는다. 혜나는 가출 후, 알바로 근근이 살아가다 우연히 편의점 알바를 하는 민구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석우는 민구의 부탁으로 혜나에게 돈을 건네게 되는데, 금방 오겠다던 민구와 연락이 두절된다.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으로 간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간 병원에서 혜나를 만나게 된다. 병원에서는 할머니의 다친 다리보다 당뇨 수치가 높아서 당장 곁에서 돌볼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혜나가 간호를 자청한다.
얼마 후, 민구가 나타난다. 엄마가 다쳐서 실직하는 바람에 전세로 살고 있던 단칸방의 전세금이 바닥나서 쫓겨나게 되어 엄마와 동생이 살 월셋집을 구하느라 못 왔고, 핸드폰도 잊어버려 연락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할머니는 민구도 함께 살면 좋겠다고 말한다. 세 친구는 할머니 덕분에 한집에서 살며 서로 의지해 살아갈 힘을 얻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윤혜숙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었다.
“어른들의 보살핌과 사회의 안전망 바깥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서로에게 기댈 어깨를 내주고 언 손을 잡아 주는 연대만이 현실을 이겨 내는 힘이다.”(p101)
어른들의 잘못으로 냉혹한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의 사정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폭력과 가난이라는 거대한 벽을 뛰어넘어야만 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도움의 손길을 줘야 하나 마음 졸이며 서사를 따라갔다.
가난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은 서로를 도우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일어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 한 사람만의 힘이 아니라, 공동의 힘으로 연대의 힘으로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을 희망찬 미래로 바꿔 갈 수 있다는 「연대의 법칙」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준다.
“연대”의 필요성은 노무현 대통령님이 강조하셨고,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언급되어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연대는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화두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런 연대의 힘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사회안전망이 더욱 탄탄하게 구축되어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없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동화마다 구축한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힘과 주인공의 적확한 심리묘사와 톡톡 튀는 대사가 특장점인 윤혜숙 작가님의 필력에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막막한 현실에 손을 내미는 힘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은 용기였고, 희망이라는 것을 배운다.
동화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소외된 이웃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놓치지 않고 싶다. 어떤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런 동화를 알고 싶고, 쓰고 싶어서 나는, 윤혜숙 작가님의 동화를 찾아 읽는다.
사회현상을 외면하지 않고, 편견과 부조리의 벽을 거침없이 허무는 집필로 어른의 사명을 넘어 인간성 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윤혜숙 작가님께도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