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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Sep 28. 2024

10. 또 다른 야생콩 갈퀴나물

<양재천 산책>

 

5월의 양재천에는 여러 꽃들이 피어 꽃들의 향연을 펼친다. 

이 시기에 양재천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꽃은 제방의 이쪽 경사면을 온통 차지한 연노랑의 산괴불주머니꽃들과 경사면 저쪽 천변 제방 쪽과 천변 쪽을 차지하고서 보라색 꽃의 향연을 벌이는 갈퀴나물들이다.

산괴불주머니꽃같이 따로 보면 조금은 기괴하게 생긴 꽃도 군락을 이루어 피면 아름답다. 더구나 연한 노란색이 초록의 세상과 조화를 이루면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한다.   


양재천 제방 경사면을 차지한 산괴불주머니꽃


그런데 지금 양재천을 한창 뒤덮고 있는 보라색의 갈퀴나물들도 꽃모양이 산괴불나무와 닮았다. 서로 닮은 주머니꽃들이  제방의 이쪽과 저쪽을 차지하며 농염의 경쟁을 펼치고 있으니 신기하면서도 흥미롭다.   

     

천변 제방쪽과 천변쪽을 차지하고  있는 갈퀴나물



어느 날 갈퀴나물 주위를 맴도는 나비들을 발견하였다. 회색 날개를 가진 나비들이 한창 갈퀴나물에서 꿀식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비들을 발견하자 주머니꽃의 수분((受粉)에 나비보다 더 적절한 곤충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래서 이 시기에 주머니꽃들이 많이 피는 것이로구나. 주위를 살펴보니 산괴불나무나 갈퀴나물뿐만 아니라 붉은 병꽃나무, 광대나물풀, 긴병꽃풀, 조개나물 등도 긴 주머니모양의 꽃을 매달고 있었다. 이들도 모두 나비들의 조력을 기대하며 목을 길게 늘이고 있는가 보았다. 

 

갈퀴나물에서 꿀을 섭취하고 있는 회색나비

 

오늘 내가 주목하는 식물은 갈퀴나물이라고 하는 좀 생뚱맞은 이름을 가진 식물이다. 이 식물도 살갈퀴와 마찬가지로  콩과식물이다. 살갈퀴와 마찬가지로 야생의 콩류이면서 어린 식물을 나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갈퀴나물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 같다. 

아무튼 5월에서 6월 사이 양재천의 둔치뿐만 아니라 양재천 쪽 호안사면에도 주종을 이루는 식물이 갈퀴나물이다. 이 계절에 갈퀴나물이 보라색 꽃을 폭발시키면서 피면 이 콩들이 양재천에 얼마나 많이 자라고 있는지 놀라게 된다. 살갈퀴보다  더 광범위하게 자라고 있는 야생콩이 갈퀴나물이다. 이 갈퀴나물꽃은 6월이 되면 꼬투리를 맺으면서 자잘한 콩을 꼬투리 안에 가득 실어둔다. 그러다 때가 오면 꼬투리가 벌어지면서 콩은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길가에 자라는 야생 돌콩 같은 경우도 꼬투리가 바짝 마르면 포탄을 쏘듯이 씨앗을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콩의 크기를 검정 대두콩과 비교해 보았다. 콩 알은 직경 3mm 정도의 작은 크기였다.


갈퀴나물의 꽃, 꼬투리,  검정콩과 비교한 갈퀴나물 콩알


갈퀴나물은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며 풍성하게 줄기를 뻗으며 자라기에 시골에서는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고 꿀을 모으는 밀원식물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양재천에서 또 다른 야생콩인 갈퀴나물이 이렇게나 융성히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반도가 콩의 기원지라는 설을 굳게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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