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모님과 함께 지하철을 함께 타면서 좌석과 관련해 두 가지를 경험했다. 첫 번째는 자리 양보에 관한 것이다. 장모님께서 연로하셔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장모님 근처에 앉아 있던 사람 중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다. 10분 정도 지난 다음 사당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어 장모님이 겨우 앉으실 수 있었다.
또 다른 경험은 좌석을 양보하라는 강요였다.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서 있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근처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앉아 있던 사람이 “그렇다.”라고 대답하자 “내가 몸이 아프니 자리를 양보해 달라.”라고 말을 하자 그 사람이 불편한 표정으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던 것은 앉아 있던 사람의 외모가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비슷했던 것이었다. 처음에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본 것도 외국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첫마디를 한국인인지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생각된다.
그날 저녁 이런 상황에 대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들이 지하철을 타면서 경험하는 가장 큰 불편은 양보를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자신도 너무 피곤해 앉아서 갈 때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다리를 건들면서 자리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양보하고 싶다가도 그런 마음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경험 하나는 노약자석 이용에 관한 것이었다. 막내가 다리를 다쳐서 어쩔 수 없이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나이 드신 분이 오더니, 자기에게 욕을 하면서 비키라고 했다고 하소연을 한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약자석이라 다리가 불편한 자신이 앉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야단부터 치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지하철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불편하고 부당한 상황들이 반복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방법을 찾게 된다. 이런 주장들이 실행되면 몇몇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결과가 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만 양보한다면 지하철 수를 늘리지 않고도 모든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나이 든 사람이라도 자신의 앞에 있는 젊은이가 힘들어하면 기꺼이 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 자신이 힘든 경우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나이 드신 분이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할 때 거절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한다.
지하철과 비슷한 상황은 직장에서도 발생한다. 사람의 본능은 자신의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 해 힘든 일보다는 편한 일을 선호한다. 군대에서 선임이 될수록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조직에서도 말년 병장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상사가 있다. 상사의 이런 모습에 불만이라도 나타내면 ‘자신도 예전에는 더 열심히 일했다’라는 말로 불만을 잠재우려고 한다. 하지만 상사의 이런 변명은 조직원을 더 화나게 할 뿐이다. 조직원은 ‘남의 염병(전염병)이 내 고뿔(감기)만 못하다’라는 속담처럼 자신에게 직접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직원은 상사의 과거보다는 지금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만 관심을 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사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이 상대방을 위해 먼저 양보하는 미덕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도 선배가 열심히 일하는 후배에게 시원한 커피를 건네면서 격려할 수 있고, 후배에게 필요한 자료를 찾아 줄 수도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도 ‘부탁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후배는 선배를 더 열심히 돕게 되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선배와 후배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필요한 파트너가 되면서 조직의 성과는 높아지게 되고 조직은 성장하면서 조직원들 또한 성장하는 선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고, 몸이 피곤해지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자리를 양보하고 난 다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 뿌듯함과 편안함 그리고 홀가분한 기운이 올라오게 된다. 이런 느낌이 만들어주는 에너지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배려가 세상을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배려를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