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에 ‘꼰대’가 화제에 오르고 적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즉,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꼰대로 불리는 사람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만’ 또는 말만 하는 걸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은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다. 상사가 말을 시작하면 부하는 회사 생활의 안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듣는 척한다. 상사는 부하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말이 먹히는구나’라고 착각한다. 이처럼 조직에서는 상사와 부하 혹은 갑과 을의 관계처럼 서열 차이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왜곡되어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다면 집에서 배우자나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 된다. 만약 대화 내용이 용돈이나 선물과 같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닌데도 배우자나 아이가 자기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듣고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배우자나 아이가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말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간다면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동료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며칠 전에 ‘대인관계 기술’을 주제로 한 온라인 강의를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 대인관계에 관심이 있어 강의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강사는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고, 부하는 상사를 이해하면서 먼저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의를 듣는 사람으로서는 강사가 소통과 협력의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대신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내용을 나열하기만 해 강의를 듣는 동안 답답함만 더 커졌다.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직장 상사나 선배 중에는 부하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떠벌리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말에는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라’와 같은 격려의 의미도 들어 있지만, ‘후배들이 직장 생활을 너무 편하게 한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상사나 선배로부터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저 사람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저런 말을 하지?’와 같은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기분이 들면 상대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다.
친한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은 시끄럽거나 거리가 멀어도, 심지어 뒤에서 하는 말까지도 들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말하더라고 말하는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람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은 적극적으로 듣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에는 귀를 닫게 된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대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상대방의 말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는 순간 상대방에게 관심이 생겨 궁금한 것들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평소에 알지 못했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업무에서도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제공하면 업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상대방은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마음을 문을 열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관계 형성의 시작이다.
주연과 조연이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드라마나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상사가 꼰대 소리를 듣는 이유는 부하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하도 상사를 꼰대라고 비난하기 전에 자신은 상사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상사와 부하가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꼰대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말만 하는 것이다. 꼰대는 지위나 나이를 가리지 않으므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상대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