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시 30분쯤 눈이 떠졌다. 종아리 근육이 땅긴다. 나중에 생산 현장에서 일할 때는 종아리 근육 통증을 이때 미리 체험한 덕분에 종아리 압박 붕대를 사용해 예방할 수 있었다. 오늘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여전히 출근길이 즐겁지 않다. 업무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 별로 없기 때문인지,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확실히 감정노동자에게 성취감을 맛볼 기회가 주어질수록 감정노동자의 사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백화점을 찾는 고객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모든 고객에게 같은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A로부터 주차 위치에 대한 잔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주차 위치에 집착하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 중 A와 B 둘뿐이다.
오늘도 서비스 매니저 G로부터 서비스 교육에 대해 들었다. 특정 상황(주차선보다 앞에 주차한 차)에 대해 쿠션 화법(죄송합니다만 등을 붙여서 사용)을 사용하라는 말을 들었다. 마감 조의 경우 이 교육을 듣느라 교대할 사람이 10분 정도 늦게 도착해 점심시간을 그만큼 빼앗겼다. 이런 교육이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것 같다. 국적도 없는 쿠션화법이란 단어를 아주 오랫동안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도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니 이 업계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화점 경영진으로서는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이 한 건도 없으면 좋겠지만,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가능하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고객이 클레임을 제기할 때는 백화점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터인데 이런 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가장 힘없는 주차유도 요원이나 발레 기사에게만 서비스 교육을 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까웠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때 가장 힘없는 두 계층의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아주 값싼 선택을 한 것이다.
점심을 A, B와 F와 함께 먹었다. 이들과 먹는 속도를 맞추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빨리 먹었고, 그 영향인지 속이 더부룩했다. 내일부터는 혼자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오니 여직원 F로부터 오전에 주차한 차(아마도 첫 번째 차 같음)의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키를 보관하는 곳에 주차 위치도 부착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뭔가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매 순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변속 상태 등을 차분하게 볼 수 있는 있게 되었다. 여유를 가지면서 차량 조직이 훨씬 익숙해졌다. 10초만 차분하면 시야가 확실히 넓어지는 것 같다. C의 말이 몸에 와 닿는다.
출근 시간을 10분 앞당기라는 지시가 단체대화방에 올라왔다. 그 이유도 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시급을 올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D는 필자가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개월이 지나도 헤매고 있는 사람 E도 있다고 하면서. 필자는 E가 일부러 느릿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행동한다고 E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없는데 E가 굳이 열심히 일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 직원들의 행동은 E와 비슷하다. 나이가 있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상대적으로 열심히 움직이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E로서는 빨리 움직일 이유도 없고, 차에 관심이 많으니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E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실제로 일해본 바로는 고객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시간만 피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과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의 차이만큼 고객이 기다리면 된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 기다리는 동안 별다른 짜증을 내거나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