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감정노동자에게...

by 최환규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예상된다. 내일부터 바빠질 것에 대비해 오늘은 주차장 내부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가장 젊은 동료인 C와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근하면서 탈의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두 사람이 업무 배정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주차유도원 중에 나이 많은 사람이 한 사람 있는데 이 사람을 배려(상대적으로 쉬운 업무)하느라 다른 직원이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쉬운 업무와 어려운 업무를 순환해서 담당).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해법일까?


오늘 출근하자마자 교육을 한다고 해 오픈조 모두가 유튜브의 ‘박강사 TV’를 5분 정도 시청했다. 미소를 지으라고 하는데 교육 내용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발레 기사들에게 자기네가 업무 배정 등이 불편하기 때문에 차에서 휴식하지 말고 휴게실에서 휴식하라는데 이런 지시에 대해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카페에서 휴식하는 것과 차에서 휴식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니 담당자들이 관리자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을 마치고 근무를 시작하는데 고객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 전부가 비어 있어 본인이 원하는 곳 어디든지 주차할 수 있는데 기사가 근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와서 기다리면서 기사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객의 마음은 알 길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아마도 자신이 VIP 고객으로 대우받으면서 자기만족을 하려는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A는 근무를 시작하면서 서비스 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통제라고 인식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투덜거렸다. 필자도 영상을 보여준 이유를 모르겠는데, 1시간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오니 누구 결혼 기념 떡과 함께 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해 사인을 했다.


이런 행동은 감정노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차라리 입사하기 전 면담 시간에 일정 시간 교육을 마친 후 업무 배치를 하던가 아니면 관리자가 직접 현장에서 피드백을 하던가 해야지 이런 식의 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객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짜증 지수도 올라간다. 이럴 때 주차유도 요원이 공손하게 인사한다고 고객의 짜증 지수를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밀려드는 차량을 통제하기도 바쁜 직원이 고객에게 공손하게 보이려고 두 손으로 멈추라고 신호를 보낸다고 고객의 기분이 긍정적으로 변하겠는가? 이럴 상황일수록 담당자가 모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대로 시행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수시로 대응 방법이 바뀌다 보니 사람마다 요구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이 오래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정착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잔소리 대장 A의 지적(왼쪽 공간을 남기지 말고 바짝 대라)이 시작되었다. 어제와 달리 알겠다고 건성으로 말하고 넘겼다. 역시 적당한 무관심이 감정 소모를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오늘은 집중(고객에게 번호표와 키를 교환하는 업무)만 하는 직원 B가 배치되었다. B는 회사에 주차와 관련이 있는 개선 사항을 여러 가지 요구를 했는데 B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거나 귀찮으니 vip 주차장으로 배치한 것 같다고 했다. B의 목표는 건물관리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후에 주차하려는 차가 갑자기 밀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에는 백화점에 들어오는 고객과 나가는 고객이 겹치기 때문에 기사들이 있지만,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차가 밀려 지원 요청을 하자 관리자들이 지원 오면서 “입차 먼저”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되니 입차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30분 정도 지난 다음 진정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 미리 ‘입차 먼저’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고, 혼동은 조금 줄었지 않을까?

다른 직원은 이 회사의 운영이 엉망인 이유로 경쟁의 부재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백화점의 경우 주차유도원을 여러 회사에서 파견받아 회사끼리 경쟁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끼리 주차유도원의 퇴직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직원에 대한 배려가 높아지지만, 이 백화점에서는 주차유도원 파견을 한 회사에서만 받기 때문에 엉망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있는 지적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주차유도원부터 발레 기사까지)은 모두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사람들에게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흔히 관리자)들의 역량이 문제이다. 감정노동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니 지시 혹은 통제만 하면 되는 거로 착각한다. 실제로 그것밖에 할 수 있는 데 없는 것 같다.


출퇴근길 음악이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주까지 퇴근길에 유튜브에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들었지만, 이번 주 들어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들을 때 감정에 심한 자극을 받고 있다. 이는 휴식 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시청각에 자극을 주는 내용, 특히 유튜브를 휴식 시간에 거의 보지 않고 있다.

감정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는 감정노동의 속성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감정노동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감정노동자에게 웃고, 친정하라고만 요구하지 그들이 그 요구에 따르기 위한 지원은 전혀 없다. 요구에 응하면 다니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퇴직을 하는 거고. 회사의 요구에 응하다 너무 지치면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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