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났다. 7시 전후로 저절로 눈이 떠진다. 피곤한 정도도 잠을 푹 자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덜하다. 다음 주 6일 연속 근무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식염 포도당을 검색했다. 어제저녁의 갈증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가 식염 포도당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1알을 먹었는데 오늘은 2알을 먹어보고 비교해야겠다.
출근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젊은 직원이 들어오더니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옷걸이가 필요하면 주겠다고 하는데 아침부터 관심과 배려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왔더니 A 씨가 있었다. A 씨가 더위에 약해 실외 근무로 변경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A 씨의 자리에 젊은 직원을 지명했는데 그 직원이 더는 근무를 못 하겠다고 1시간만 일하고 집에 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직원의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찾느라 종일 직원들이 허둥거렸다. 특히 키가 큰 B 씨가 많을 일을 했는데 관리자가 입는 양복 차림에 형광 벨트를 매고 실외로 대신 근무를 서겠다고 준비를 하는데 사무실에 있던 조금 더 높은 사람이 관리자가 그런 걸 대신하면 안 된다고 해 자리에서 쉬고 있던 또 다른 직원을 설득해 B 씨 대신 근무를 서게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날이 더우면 더위를 피할 방법을 상의하거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주차유도원이 견디면 좋고 못 견디고 나가면 다른 주차유도원들을 대신 근무하게 하면서 대신할 사람을 찾는 시간을 버는 방법이다. 이런 식의 대처가 나쁜 평가를 낳고, 이로 인해 지원자가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이 힘들어지고 있다.
백화점 경영자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만드는데는 백화점 경영자도 한몫했다. 고객이 처음 만나는 사람도 주차유도원과 기사이고 마지막 배웅하는 사람도 주차유도원과 기사인데 이들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다. 주차유도원에 대한 아무런 배려 없이 무조건 친절을 강요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백화점 경영 실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감정노동자의 대수는 최저 임금 근로자이다. 주차와 관련된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식품매장을 비롯한 백화점 주요 매장의 근로자들도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도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되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려고 사무실에 들렀는데 컵이 떨어졌다. 파트장이 있어서 컵을 채워서 달랬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컵 한 줄을 꺼내주기만 했다. 그 역할이 피곤한 줄은 알겠는데 서로 기분 좋은 대화를 하면서 컵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파트장의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한 결과 직장에 대한 애정은 거의 없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말하는 직원도 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직원들은 그동안 관심과 배려에 대한 경험보다는 소모품으로 취급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제 조회 시간에 관리자가 “고객에게 친절히 해라”라는 말을 하면서 백화점 식품 판매장에서의 사건을 전해주었다. 빵을 파는 곳인데 빵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고객이 그 제품은 전부 폐기처분을 하라고 말하고 1시간 후에 보니 그 빵을 진열대에서 그대로 팔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객이 방송국에 제보했고,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나올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발레 기사나 주차유도원에게 고객에게 친절히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백화점 경영이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2시 정도부터 주차장이 지옥이 되었다. 지하 2층 전체 주차장이 꽉 차 더는 차를 댈 공간이 없었다. 이렇게 바쁠 때일수록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누군가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각자 역할에 따라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들은 출차를, 기사들은 입차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데스크 여직원들은 고객들이 눈앞에서 기다리면서 차가 언제 나오냐는 질문과 왜 이렇게 늦게 나오냐는 등 고객들끼리의 대화를 들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출차를 먼저 해달라고 요청한다. 반대로 발레 기사는 들어오는 차가 밀리기 때문에 빨리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기사와 여직원이 자기 역할만 강조하게 되면 시간만 지체될 뿐이다. 이에 대해 C 씨가 필자에게 불만을 말했다.
D 씨가 필자에게 차를 주차하면서 바퀴가 일직선이 아니라 약간 틀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바퀴를 일직선으로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차를 뺄 때 다른 차와 충돌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D 씨의 지적은 필자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 차원에서 알려준 것인데 말을 한 사람의 요령 부족인지 듣는 필자가 왜곡해 들은 건지 처음에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필자가 평소 D 씨에 업무 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직원 E의 태도가 눈에 거슬린다. 다른 여직원과 달리 계속 반복해서 말하게 만들고 있어 얼굴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배려심도 부족하고. 이것을 느끼는 것이 필자만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E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오늘이 입사 이후 가장 차가 많은 날이었다. 차가 한꺼번에 몰려오니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처음보다는 많이 차분해졌지만 차가 밀리는 것을 보거나 출차할 때 먼 곳에 세워져 있는 차에 갈 때는 한숨부터 나온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몸이 힘들면 이성보다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필자와 같이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하는 감정노동자의 문제는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업무 숙달 측면에서 기존 직원과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기존 직원으로서 신입 사원이 고객 응대에 기존 직원과 비교해 서툰 것을 수용할 수 있지만, 고객으로서는 자기가 받아야 할 서비스를 능숙하게 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