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일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대부분은 ‘급여’를 받기 위해 준비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처럼 비슷한 업종이라면 월급이 더 많은 회사를 선택한다.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이유도 유명 기업에 다닌다는 시선도 한몫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중소기업보다 월급도 많고 복리후생도 좋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하는 목적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골이 늘면서 그들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고, 손님들로부터 “맛있게 먹었다”라는 인사를 들으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다. 손님으로부터 요리 경연 대회에 출전하라는 권유에 따라 대회에 참가했고, 우승하게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식당이었지만, 음식을 통해 돈도 벌고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시작은 돈을 벌겠다는 비슷한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통해 얻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일은 직장인에게 경제적 수입, 사회적 지위, 자아 정체감의 원천 그리고 소속감 등을 제공하는 삶의 중심이다. 직장인들은 일을 통해 즐거움, 만족감과 충족감과 같은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실망이나 후회 혹은 화나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직장인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일 그 자체에 있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상사나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일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벨라 교수 등은 일이 직업, 경력 그리고 소명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첫째, 일을 직업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일의 목적을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소득에 두고 있다. 이들에게 일은 자신이나 가족의 생계나 취미 활동 등을 하기 위한 돈벌이 수단인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구조를 선호하고, 자신의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하면 몇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일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보상과 관련이 없는 업무에 대해서는 열정이나 흥미가 부족할 수 있어 팀의 사기나 분위기가 나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팀원들과의 협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동료에 대한 배려심보다는 경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료와 갈등이 있을 수 있으며, 동료의 주요 스트레스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둘째, 일을 ‘경력’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성취동기와 경쟁 욕구를 충족하고, 사회적 지위나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사람이 갖는 일의 의미는 목표를 성취하고 개인적인 자긍심을 얻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할 때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경력 개발을 위해 특정 프로젝트나 자원을 독점하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의 프로젝트 참가 목적은 프로젝트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발전이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일하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며, 팀의 성과를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강조해 개인적인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료와 갈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팀의 스트레스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 일을 소명으로 인식하는 사람이다. 이런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제 일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업무를 한다.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며, 필요하면 자발적으로 시간이나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동료와 함께 일할 때에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업을 중시하고 팀의 성공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사람은 일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일을 하면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려고 한다.
직장인은 퇴직하면서 자신의 기억에 있는 일에 의미와 목적에 대한 목적을 가지고 직장 문을 나서게 된다. 직장인의 기억은 직장인의 다음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을 직업으로 생각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이나 습득을 위한 자기 계발에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술의 습득이 급여 인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 노력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흔히 말하면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라 투자에 인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인해 퇴직 후 산업이나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재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설사 취업을 했더라도 보상이 있는 업무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동료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이런 이유로 같은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이유는 서열 문화도 작용한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로 연공서열이 있다. 직장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직위가 높을 때 일하기 편하다. 만약 나이가 많은 사람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 나이가 적으면서 직위는 높은 사람 대부분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 많은 신입사원이 자기 이익만 챙기는 모습을 보일 때 그 사람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서 직장에서 퇴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일을 경력 개발의 수단으로 생각한 사람은 이력서에 적힌 능력보다 실제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력보다 말솜씨가 좋아 언론에 많이 노출된 의사나 교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은 일을 통해 최신 정보와 기술을 익히기 위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기보다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는 이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역량은 이름값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럴듯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재취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취업 후에도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자기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에만 관심을 두면서 여러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달리 소명으로 일한 사람은 일 그 자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재취업을 하더라도 모든 사람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다. 일할 때 학습과 자기 계발을 계속 추구하기 때문에 재취업에 필요한 기술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더라도 일 그 자체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이나 직무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돈벌이나 경력 개발 수단으로 일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동료들과의 갈등이 적고 스트레스도 덜 받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
소명의 의미는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목적을 발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직업이나 직장에서의 역할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나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여겨질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교육자, 의료인, 사회복지사 등은 자신의 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으면서 제 일에서 소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일하는 목적은 다르다. 어떤 목적으로 일을 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따라 달라진다.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과 목적 달성을 위해 동료를 희생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따라서 자신이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태도가 퇴직 후의 삶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성찰을 계속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