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직장 생활 동안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는 ‘일 때문’이어야 한다. 거의 모든 직장인은 월급이라는 보상을 받기 위해 일한다. 일하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월급이 이렇게 중요하지만,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내일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배를 곯아야 하는 사람도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어 하거나 실제로 그만두기도 한다. 이 사람의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이 모든 사람이 아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면 하나같이 “넌 정말 바보와 같은 선택을 한 거야”라고 한다. 물론 이 사람의 선택이 진짜로 바보 같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죽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언론 등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많은 직장인이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갈등과 스트레스에 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직장을 그만둘 때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직서를 대신 내주는 퇴사 대행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전국에 100곳 이상 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조용한 퇴사’라는 단어가 미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에도 유행하고 있다. 퇴사 대행 서비스나 조용한 퇴사에는 모두 함께 일하던 사람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하겠다는 의도가 감겨 있다.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는 직장인을 힘들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퇴직을 한 다음 날부터 인간관계는 퇴직자를 괴롭히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직장생활 동안 상사나 동료에게 시달리는 사람은 ‘그냥 무인도에서 몇 년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바람은 갖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무인도에 갔다면 며칠 지나기도 전에 ‘집에 가고 싶다’라고 외칠 가능성이 크다. ‘외롭기 때문’이다.
초등학교까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다. 낮에는 화장실 사용에 별다른 불편이 없는데 밤이 문제였다. 밤에는 랜턴을 들고 화장실을 가더라도 무섭기 때문에 형이나 누나와 함께 화장실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밖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되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고 생각한다.
직장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업무에서도 그렇고, 업무를 떠나서도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업무 능력이 부족할 때는 선배의 도움이 없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낼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상사나 선배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상사가 되면 부하의 역량에 따라 자신의 평가도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부하를 만나는가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상사들은 인사 때마다 능력이 있는 조직원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을 때 상사나 동료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직장에서 업무에서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동료의 도움으로 무사히 극복하거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상사나 동료 혹은 조직의 도움으로 해결하게 되면 이들에 대한 필요성은 극대화된다.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일수록 상사나 동료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조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직장생활에서의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쉽게 말하자면 누가 얼마나 이익을 많이 남기느냐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원 중에는 옆 부서 상사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지만, 어쩌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로 만나면 그렇게 친했던 상사, 그렇지 아꼈던 후배를 뒷담화하는 상사와 부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변하는 이유는 업무와 상관없이 만날 때는 이해관계가 크지 않았지만, 상사와 부하로 만나게 되면 이해관계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때는 친했던 동기가 승진하면서 자신을 라이벌로 여기면서 여러 가지 치사한 짓을 하는 이유도 ‘네가 승진하면 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승진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인해 서로 경쟁자로 변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 여럿과 함께 있다고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편안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경계하느라 힘들어질 뿐이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생활하다 직장을 그만두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있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끈이 떨어져 나가면서 그 자리가 허전해진 것이다. 이 허전함을 채우는 과정에서 퇴직자들 사이에서 차이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퇴근하면 집에서 저녁을 먹는 대신 동료나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럴 때 자신이 삶아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하는 사람이 정보나 네트워크가 넓어서 직장생활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 있지만, 퇴직하는 순간 이런 경쟁력이나 필요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면서 오히려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만약 체면 혹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퇴직 전처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데 퇴직 후에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능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생활이 오래될수록 의존증은 심해진다.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퇴직을 하면 ‘사람에 대한 금단증상’이 올 수 있다. 술이나 담배를 끊은 사람이 한동안 힘들어하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끊게 되면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다. 이럴 때 위험한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흥업소에서 만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집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고, 사기꾼에게 속아 퇴직금을 전부 날린 사람도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 단절에서 오는 상실감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동료나 조직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 조직에서처럼 조건이 달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은 퇴직 후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무리하게 맺는 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앞에서 퇴직자는 잠깐의 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ttps://brunch.co.kr/@765a73647e2642f/385 참조
이때 혼자서 외로움을 해결할 방법을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 아무런 고민 없이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친구나 지인을 만나게 되면 외로움을 달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은 시간을 때우는 목적의 만남이지 외로움을 해소하는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