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스트레스 조절도 훌륭한 재테크이다

by 최환규

얼마 전에 직장 후배를 만났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조금 일찍 퇴직한 후배로 부인과 다투면서 화를 참지 못해 “당신 하고 더는 못 살겠다”라고 소리쳤고, 부인도 “나도 당신 꼴을 보느니 혼자 사는 게 훨씬 편하다”라고 말하면서 냉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힘들어하면서. 오랫동안 쌓인 불만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배의 주된 고민은 이혼할 때의 재산 분할과 이혼 후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또한, 자녀가 성장할 때 회사에 시간을 쏟다 보니 아이들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혼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직장인은 주변에 꽤 있다. 거의 모든 직장인의 퇴직 준비는 ‘돈’에 집중되어 있다. ‘돈만 있으면’ 만족스러운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퇴직자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필자도 마찬가지였지만, 많은 직장인은 나가는 돈보다는 주로 들어오는 돈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자주 경험하는 예로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일부 종목에서 수익이 나면 동네방네 자랑하지만, 더 자주 더 큰 손실이 난 종목에 대해서는 자랑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필자처럼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주식만 하면 전부 수익을 내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집 장만을 먼저 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에 적을 둔 사람은 수입은 많지만, ‘나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체면으로 인해 품위 유지비도 그에 비례해 지출 규모도 커진다. 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이 ‘좋은 회사 다니니 술 사라’하는 요구도 별로 없고,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명품 대신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사도 생활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출을 하고 나면 실제로는 저축하는 돈의 규모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대기업에 다닐 때의 또 다른 불편함은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이다. 대기업에 다니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여러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어느 부장 첫째는 서울대에 진학했다’라는 소식부터 누구 자녀는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말 등 많은 소식을 접한 다음 퇴근해 공부 대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에 빠져 있는 자녀를 보면서 ‘저렇게 생활하면 경쟁에서 뒤처져 제대로 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수 있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불안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가장이 직장에서 상사에게 질책이라도 받았다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배우자나 자녀에게 옮겨가면서 과하게 화를 낼 수도 있다.


많은 직장인이 가족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이런 직장인을 유혹하는 유흥업소도 많다. 이런 곳을 이용하는 직장인은 말초적인 자극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쾌락을 위해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필자가 경험한 직장인 중에는 유흥업소에 맛 들여 그 비용을 충당하느라 살던 아파트를 팔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례도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지출되는 술값도 모으면 상당히 큰돈이다. 이것도 노후 자금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또 다른 행동은 ‘충동구매’이다. 쇼핑과 같은 새로운 물건을 사는 충동구매는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도파민은 쾌감, 만족감,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시적으로 상쇄시켜 준다. 이와 함께 쇼핑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새로운 물건을 탐색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므로 스트레스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역할을 한다. 마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쇼핑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맛보기 위해 쇼핑 중독에 빠지는 사람도 생긴다. 이렇게 버려지는 돈은 퇴직 후 생활자금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가족들은 가장이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대기업에 다닐 때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게으른 것 같아 아이들에게 과하게 화를 낸 적이 많았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필자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사과를 하면서 가족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꽤 오래전 일이지만 필자로서는 가장 잘한 행동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직장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손해는 ‘이혼’이다. TV에서 이혼한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연애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지금 시대에는 이혼하더라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자신의 기준으로 전 배우자보다 더 나은 사람과 재혼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환상이 가능한 사람은 능력과 재력도 있는 소수인 반면, 거의 모든 퇴직자 혹은 퇴직예정자는 신체 능력이나 경제 능력 모두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배우자와 이혼하면 재산의 반이 날아가면서 가난한 사람으로 전락하면서 재혼의 꿈도 함께 날아가게 된다.


부부가 200만 원으로 한 달 생활하는 것과 각자 100만 원으로 생활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퇴직자에게 가장 부담되는 비용은 아파트 관리비와 같은 고정 비용이다. 둘이 함께 살면 고정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따로 살면 두 사람 모두 따로 내야 해서 이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식사를 위한 비용도 마찬가지로 훨씬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이렇게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취미나 지인과 만날 때 필요한 돈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위축되면서 만남을 줄이거나 다른 활동을 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돈은 억지로 아껴 쓰면 버틸 가능성이 있다.


혼자 사는 외로움은 돈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퇴직 직후에는 건강하기 때문에 혼자 살더라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유튜브 시청만으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몇 년 지나게 되면 마음 한구석에 텅 빈 느낌이 든다. 흔히 ‘옆구리가 시리다’라고 표현하는 그런 느낌이다. 나이 많은 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은 ‘외로움’ 때문이다.


‘자연인’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혼자 사는 것의 환상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주말 부부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직장인도 있다. 일시적으로 부부가 떨어져 살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평생 해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나이 들어 혼자 살면 불안감이 커진다. ‘아프면 병원에 어떻게 가야 하나, 다치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따라서 배우자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축복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신과 함께 하는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감사함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갈등과 스트레스는 ‘돈’과 직결된다.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저축액을 늘릴 수 있다. 재테크와 달리 갈등과 스트레스 예방은 시드 머니가 없어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갈등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훨씬 풍요로운 퇴직 후 삶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수, 금 연재
이전 04화퇴직 전 소통 능력을 향상해야 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