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가 SNS 활동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by 최환규

정년퇴직하고 처음 몇 달, 최규환 씨는 해방감을 만끽했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느릿하게 산책을 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 평화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득 찾아오는 허전함 그리고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이 간 곳은 바로 스마트폰 속 SNS였다.


최규환 씨는 그동안 바쁜 직장 생활 탓에 소홀했던 지인들의 소식을 SNS를 통해 접하기 시작했다. 전 직장 동료들의 활기찬 업무 보고, 화려한 출장 사진, 승진 소식들이 피드에 가득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을 불태웠던 자신과는 달리 그들은 여전히 생생한 현장에서 빛나고 있는 듯 보였다.


어느 날, 최규환 씨는 옛 부하직원이 해외 지사장으로 부임하여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댓글에는 수많은 ‘좋아요’와 ‘축하합니다’가 달렸고, 다들 부러움을 표했다. 그 순간, 최규환 씨의 가슴 한쪽이 싸하게 절여 왔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고작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평범한 노인인가? 피드 속 과거 동료들의 삶은 눈부시게 활기찼지만, 자신의 일상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퇴직 후 명함도 사라지고, 동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자신의 위치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최규환 씨는 피드를 넘길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는 사회 문제에 대한 과격한 비난들,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자극적인 소문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정보들은 그에게 디지털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방금 본 자극적인 영상이나 논쟁적인 글이 머릿속을 맴돌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가끔 SNS 메시지로 안부를 묻는 이들이 있었지만,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갈 뿐 진정한 공감이나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려웠다. ‘보고 싶어요’라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다음에 뵙죠’라고 답장하는 관계는 최규환 씨가 진정으로 원하던 따뜻한 교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온라인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더욱더 외롭고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하루는 평소 존경하던 학자가 올린 글을 읽고 답글을 달려고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내가 이런 글을 올려봤자 누가 봐주기나 할까?’, ‘틀린 소리 하면 창피당할 텐데…’ 하는 생각에 결국 게시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자신을 위축시키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최규환 씨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다. 깊어진 눈가의 주름, 어딘가 지쳐 보이는 표정, 그리고 늘 손에 쥐여 있는 스마트폰. 그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SNS를 들여다보는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은 오히려 공허하고 무거웠다. 산책할 시간,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이 알 수 없는 앱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날 저녁, 최규환 씨는 큰 결심을 했다. 앱 설정을 찾아 들어가 SNS 계정 알림을 모두 껐고, 아주 필요한 앱 외에는 모두 삭제했다. 처음 며칠은 금단 현상처럼 손이 허전하고 무언가 놓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졌다. 피드를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그 시간을 거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아내가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채웠다. 오후에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빌려왔고,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근처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책 중에 마주치는 이웃들과 따뜻한 눈인사를 나누고, 공원 벤치에 앉아 처음 보는 할아버지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SNS에서 몇백 개의 ‘좋아요’를 받는 것보다 훨씬 진정성 있는 행복을 주었다. 아내와의 대화 시간도 부쩍 늘었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아내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타인의 빛나는 삶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게 되자 최규환 씨의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그는 더는 과거의 직업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정보의 파도 속에서 벗어나자 마음속에서 진정한 ‘나’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규환 씨는 이제 스마트폰을 ‘삶을 연결해 주는 도구’가 아닌 ‘'삶을 방해하는 창’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는 깨달았다. 퇴직 후의 삶은 남들의 시선이나 온라인의 가짜 만족감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행복과 평화를 찾아가는 진정한 여정이라는 것을….



퇴직 후 SNS 사용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상화된 다른 사람의 삶과의 비교이다. SNS는 대부분 사람이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나 성공적인 모습만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퇴직 후의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전 직장 동료들이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거나 퇴직 후 화려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이나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정보과부하로 인한 피로감이다. SNS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낸다. 퇴직 후에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정보 과부하가 인지적 피로를 유발하고 불필요한 걱정이나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


셋째, 시간 낭비 및 활동 제한이다. SNS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 퇴직 후의 취미, 봉사활동, 운동, 대면 모임 등과 같이 건강하고 의미 있는 활동에 쓸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므로 SNS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것은 웰빙 증진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될 수 있다.

넷째, 감정적 소모와 가짜 뉴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소식 혹은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정보(가짜 뉴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걱정을 유발하거나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형성하여 스트레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


SNS는 퇴직자의 심리적 안정에 여러모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데 SNS가 방해된다고 판단되면 사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필요에 따라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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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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