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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유 Feb 20. 2023

꾸역꾸역 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

취미생활이니까 슬렁슬렁 대충 즐기면서 하라고요? 

마치 주술에 걸린 것처럼 내 몸이 꼼짝도 못 할 것 같은 날이 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컨디션 좋았는데 도대체 하룻밤 사이에 내 몸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길래

오늘 아침은 이렇게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내 몸이 안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려면 "주술에 걸렸다"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집에서 나가야 할 시간이 이미 넘었는데도 계속 이 방과 저 방을 서성이며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붙잡고 있는 나를 보며 "아 오늘은 글렀구나"라고 생각한다. 


하루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어도 큰 일 나지 않으니까, 

그동안 매일매일 열심히 했으니 오늘 하루쯤 빠져도 뭐 어때?라는 온갖 달콤한 속삭임이 

내 다리를 집 안으로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주저앉으면

나의 오늘 하루 전체가 송두리째 다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적 갈등의 불씨를 과감히 끄고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밖은 아직도 매섭고 춥다. 유톡 강원도의 겨울은 추위가 뼛속까지 칼날처럼 후벼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운전을 하고 요가하러 가면서 

이렇게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의 소리가 내 안에서 또 들려온다. 

그냥 취미생활이니까 슬렁슬렁 즐기면서 해도 되잖아 

하고 싶은 날은 하고, 하기 싫은 날은 적당히 빠지고. 어차피 강사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나? 괜한 스트레스받지 말자. 생업이 달린 일도 아니잖아? 핸들 꺾어 다시 집으로 가자!라는 말이 요가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 귓가에 계속 들렸다. 


텅 빈 눈동자와 몹시 지친 표정으로 요가원 문을 열고 들어간 모습이 미친 여자처럼 거울 앞을 지나갔다. 

요가원에서 오늘 처음 마주친 회원에게 나도 모르게 

"아휴~ 오늘 정말 나오기 힘들었는데 꾸역꾸역 억지로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씩 미소를 짓고 별 대꾸 없이 자신의 매트를 까는 일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나는 누군가에게 "나오느라 애썼다"라는 토닥거림의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선생님이 들어왔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아사나들이 시작되자 

내 몸 여기저기에서는 삐그덕 거리는 마찰음이 들려왔다.

우두득 탁탁. 몸의 움직임도 어제의 나보다 확실히 둔탁해져 있다

호흡도 거칠고 숨도 많이 차는 것이 아무래도 내 몸이 이상했다.


하지만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은근한 열과 땀이 나고 

집중과 몰입의 평온의 순간이 찾아왔다. 

옆 사람들의 집중된 몸짓 하나하나의 에너지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자 

나도 그 에너지들과 함께 내 몸에 더욱 집중하며 내 안에 있는 에너지들을 더욱 끌어 모았다. 

수업 시간이 끝날 쯔음이 되자 내 몸은 다시 어제의 컨디션으로 완벽히 돌아와서 다시 가볍고 산뜻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침의 나의 번뇌와 갈등들로 괴로웠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나는 다시 이 순간 새롭게 다시 태어나 땀범벅이 되어 요가 매트 위에 누워 사바사나를 즐기고 있었다. 


사바사나를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 

평소에 안 마시던 막걸리를 어제저녁 식사 때 남편과 함께 나눠마신 장면이 빠른 영화 필름처럼 지나갔다. 

아하. 막걸리 때문이었구나. 오늘의 나의 몸과 마음을 잔뜩 흐트러 놓은 범인. 

알코올은 내가 만들어 놓은 내 몸의 이 모든 리듬을 한순간에 다 흐트러 놓는 구나를 깨닫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을 삼가고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술은 마시지 말자고 다짐한다. 


취미니까 그냥 대충대충 해도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무엇을 하건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 때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자존감도 올라간다.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라도 가끔은 하기 싫은 날도 찾아온다 

마치 일기예보에는 없는 예상치 못한 비처럼. 

그럴 때 비를 핑계로 멈출 수도 있지만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수도 있다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페이스를 다시 찾게 되고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멈추면 다시 회복하기가 더 더뎌지고 힘들어진다. 


"운동하기 싫은 날 선생님은 어떻게 하세요?"라고 오늘 선생님께 질문했다 

"물론 저도 그런 날 있죠, 그럴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라구요 " 


그래, 할 건 해야지~! 

꾸역 꾸역이라도 하다 보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운동이 어떻게 가벼운 취미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운동은 취사 선택이 가능한 취미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처럼 따라해 보세요 

 

요가 자세 이름 : 

호랑이

Vyaghrasana (Vyāghrāsana) 비아그라슨




자세 설명 :

무릎을 구부리고 발 뒤꿈치를 위로 머리쪽으로 뻗으세요. 엉덩이를 같은 높이로 유지하십시오. 부드러운 백벤드를 찾아 배꼽을 척추쪽으로 당겨도 좋습니다. 손바닥은 바닥에 평평하고 닿게 하고 팔은 곧게 펴고 어깨는 손목 위쪽에 위치합니다 




효과:

팔, 배, 다리를 단련하고 강화합니다.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엉덩이를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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