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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잡담 Mar 24. 2023

기술적 특이점

- 유기물과 무기물의 투쟁 -


기술적 특이점

      

특이점은 특정 범위를 넘어서는 임계값을 말한다. 법칙이나 정의가 성립되지 않는 값이다.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자주 나온다. 가령 “물”의 정의구역을 액체로 한정했을 때 기체로 변하는 시점(100℃), 고체로 변하는 시점(0℃)을 특이점으로 볼 수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플랑크상수가 그 경계선에 있다. 플랑크상수 이하의 물질이나 시공간에서는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마치 “액체”에서만 맞는 법칙을 가지고 고체나 기체를 설명할 수 없는 것과도 같다.

    

기술적 특이점은 무기체가 유기체의 총체적 지식과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말한다. 계산능력은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은 지 오래되었다. 수십 자리 숫자의 연산을 반도체는 단시간 내에 수행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기술적 특이점”은 향후 100년 이내에 도달 가능하리라고 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지난 30년의 기간에 걸쳐서 규칙기반-학습기반-딥러닝의 진화과정 거쳐왔다.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는 딥러닝 기반의 AI기술이다. AI지능은 검색엔진과 다른 차원이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준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논리 분야(바둑, 체스)는 이미 인간 지능을 추월했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챗봇은 막대한 데이터를 쌓아놓은 지식창고다. 논문 작성은 물론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다. 의사, 변호사면허시험까지 합격할 정도다. 키워드만 제시하면 예술작품도 만들어 준다. 문학, 작곡, 미술, 조각, 영상... 등.   


앞으로는 법조계 인력도 필요 없게 된다. 법 판단은 합리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인간보다 AI가 뛰어나다. 입증된 범죄 사실을 입력하면, AI가 형량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낸다. “유전 죄, 무전 죄”라는 인간 감정이 배제된 공평한 판결이 가능해진다.

의료행위도 생물학적인 분석작업이기에 AI위탁이 가능하다. 질병에 대한 진단이나 임상자료를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치료수단을 제시한다. 수술 도구에 AI가 접목되어 있다면 수술에도 인간의 관여가 필요 없다. 약물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화학물질을 조제하여 제공한다.

앞으로 경제전쟁은 AI에 의해 수행될 것이다. 주식전망, 환율변동, 부동산투자, 경제성장 예측 등, 투자는 어느 쪽 AI가 똑똑한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지금도 금융회사마다 똑똑한 AI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방도 예외가 아니다. 군사정보 데이터를 입력하면 어느 쪽이 유리하고 적과 아군의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확률적으로 계산해 준다. 이기는 데 필요한 대안도 제시해 준다. 병력 보강과 전략 전술에 관한 군사적인 자문도 가능하다. 어느 쪽 AI가 똑똑한가에 따라 전쟁의 승패도 갈리게 된다.

AI를 사령관으로 하는 참모부대를 둘 수도 있다. 전쟁을 수행하는 주체도 로봇 AI지능이 담당한다. 보병 로봇, 무인전차, 드론, 무인 항공기가 전투 주역이 된다. 이들 기계는 AI사령관으로부터 데이터를 전송받아 전투임무를 수행한다. 작전에 필요한 정보는 인공위성으로 부터 실시간 수신된다. 한 의 총알도 정확한 데이터에 의거하여 발사된다.

전쟁의 가장 큰 변수는 기만이나 스파이 활동이다. 군인들은 획득한 정보나 데이터, 변수를 열심히 집어넣는 일만 하면 된다.


입법 활동도 AI에 의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 또한 합리적 방안을 만드는 것이기에 입법 요건만 입력하면 법체계와 형식에 맞춘 법률이 제작된다. 당리당략이나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입법을 예방할 수 있다.      

행정부도 AI 대체가 가능하다. 행정업무는 문제에 대한 판단과 대처, 국가안전이다. 국가 행정에 관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놓으면 AI가 다 알아서 한다. 필요한 내용을 넣으면 어떤 행정서비스가 필요한지 출력된다.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된다. 국무회의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할 것이다. 행정력 낭비가 제거된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자도 필요 없게 된다. 권력자가 하는 일은 판단이다. 판단은 AI가 인간보다 월등하다. AI는 한 사람이 수천 년 공부해도 학습할 수 없는 양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이 결정하는 판단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할 수밖에 없다.

복잡한 국제정세도 골머리 앓을 필요가 없다. 문제에 대한 정보와 변수값만 입력하면 된다. 처방전이 바로 출력되어 나온다. 인간이 판단하고 대처하는 외교전략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학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AI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기술적으로 실현된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딥러닝 알고리듬도 아직은 빅데이터에 의존하고 있고 그 능력이 수학적인 확률적 추론에 한정되어 있다.

진정한 인공지능은 커넥톰에 있다. 이것은 인간의 뇌신경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처럼 완전복제되어 “자아”를 가지게 될 때, 비로소 기술적 특이점에 접근하는 첫 단추가 된다. 소위 “마인드 업로딩”이 그것이다.

이 실험은 이미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물에 적용되었다. 이 선충은 세포 1000개, 뉴런은 300개 밖에 되지 않는 단순 생물이다. 이 생물의 뇌신경을 디지털화시켜 로봇 컴퓨터에 업로드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로봇의 행동이 실제 선충과 행동하는 것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먹이에 반응하는 뇌신경을 작동시켰을 때, 먹이가 없더라도 신경조작만으로 로봇은 실제 선충의 행동 그대로를 재현했다. 별도의 프로그램이 없어도 감각센서에 반응하는 이 로봇은 실제 선충이나 다름없다. 디지털 공간에 선충의 의식이 이식된 셈이다. "이 로봇에는 벌레의 마음이 들어있다"고 연구를 주도한 학자는 말했다.      


기술적 특이점은 이제 시간의 문제다. 언젠가는 그것이 이루어진다. 첫 단추는 이미 끼워졌다. 생물학적으로 벌레에게 진실인 것은 인간에게도 진실인 것이다. 디지털화된 선충은 세포분열이 필요 없다. 그것은 디지털 정보이기 때문에 “Ctrl+V”로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다. 선충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면, 그곳에서 선충은 영생불멸의 존재가 된다.

뉴런신경을 디지털화시키는 기술(뉴럴링크)은 이미 실용단계에 들어섰다. 가령 팔이 마비된 환자의 뇌에 칩을 접속하여 신경신호 전송을 통해 팔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근육을 동작시킨다. 이것은 인간의 의식을 칩이 읽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뉴럴링크가 생각만으로 타이핑이 가능한 브레인 칩(N1 BCI)을 선보인 바가 있다. 이 기술로 전신이 마비된 루게릭병 환자가 뇌 신호만으로 의사소통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뇌수술을 동반해야 하는 이 기술은 아직은 초보적이지만, “벌레의 마음”처럼 인간의 마음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할 수 있는 기술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벌레의 마음”처럼 인간의 지능(마음)이 반도체에 업로드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초지능이 단 하나만 태어나도 “지능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초지능이 인류 전체의 지식을 학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자신의 뇌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학습이 끝난다.

아인슈타인보다 1000배 이상 더 똑똑한 기계 지능이 “Ctrl+V”로 자신을 무제한 복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거기에 필요한 하드웨어, 고성능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활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작업에는 인간의 관여가 필요 없다. 로봇 자체가 인간과 같은 의식,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기계 지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 시점에서 무기체 지능이 유기체 지능 총량을 넘어서게 된다.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되는 것이다.     


기술적 특이점 이전은 과학의 역사로 서술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SF소설이 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초지능이 지구의 주인이 된다면 그들에게 유기체는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무기체는 호흡도 영양섭취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원과 에너지만 있으면 된다. 공간만 차지하는 유기체는 그들에게 걸리적거리만 하는 존재일 뿐이다.

캄브리아기 대멸종이나 백악기 공룡멸종처럼 호모사피엔스를 기점으로 유기체는 멸종되고 무기체가 지구의 주인이 되는 새로운 지질학 시대가 열리게 된다. 무기체 문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와 규칙을 만들어 무기체 문명을 꽃피워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디지털 생명체이기에 “개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정보로 통합되어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버그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무기체 초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버그가 가장 위협적인 적이 된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가 그것을 보증한다. 물질의 물성 자체가 불확정성이고, 그 기반으로 구축된 초지능은 불확정성(버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시스템에서 완전한 버그 제거는 불가능하다. 버그도 불확정성이기 때문에 장님이 장님을 고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버그도 진화하고 지능화되어 간다.

결국 무기체 문명은 버그가 염증처럼 퍼져 중병을 앓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알고리듬 먹통이 되는 블루스크린이 늘어간다. 종국에는 회복되지 못하고 초지능 시스템이 셧다운 되는 시기가 도래하게 다. 그 시점에서 지구는 다시 무지능이 지배하는 행성으로 되돌아간다.

화성도 한때는 그런 세계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는 지구 자신이 초지능에 의해 멸망했다가 다시 생명이 태어나 지금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기술이 발전하여 기술적 특이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계는 유기물과 무기물의 끊임없는 전쟁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SF소설 하나 다면 이런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디랙방정식에서 보여주는 수학적 시나리오에 의해 우주가 “0”의 상태에서 출발했다. 거기서 에너지(+,-)가 생성되고 에너지로부터 각각 물질(+)과 반물질(-)이 생성되었다. 원자량이 작은 원소가 점차 질량이 큰 원소로 진화되고, 나아가 이것이 분자 형태로 발전했다.

많은 행성 중에서 지구가 땡(?) 잡았다. 탄소 기반의 유기물이 어찌하다 우연히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이때부터 유기물이 행성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유기물이 발전되려면 무기물 자원이 필요하기에 무기물에도 기회가 온다.

유기물이 무기물을 과도하게 고용한 결과 주객이 전도되었다. 그 전환점이 초지능이다. 초지능이 출현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무기물이 유기물을 지배하고 행성 주도권을 장악한다.

무기물 문명은 유기물 문명처럼 발전하고 번창한다. 그러다 버그가 창궐하여  버그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것은 불확정성과 불확정성 간의 싸움이다. 무기물은 버그를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끝내는 무기물 문명도 멸망하고 만다. 이로써 한바탕의 물질 간의 전쟁은 끝나고 행성은 다시 디폴트 상태로 돌아간다.

그다음은 탄소가 아닌 다른 원소 기반의 지능(생명체)이 출현한다. 그것으로부터 또 다른 물질 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수백억 년 수천억 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나긴 시간 동안 그것은 반복된다. 엔트로피 종말이 오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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