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투자

by 포인셋

동생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등록금이 비싸니 네가 보태라는 성화에 고3때 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졸업 때까지 쉬지 않고 밤까지 일하면서 공부와 병행해 학비를 댔지만 지금까지도 나빠진 건강과 여전히 공부를 못해서 부모를 고생시켰다는 타이틀만 남아있었다.


내가 처음 취업했을 땐 버스를 타겠다는 내게 아빠가 굳이 100만원 짜리 중고차를 사 주었다. 동생이 볼 땐 자식에게 그런 차를 사주는 아빠도, 자신에겐 그나마도 사주지 않을 아빠도 싫었다고 했다. 그래도 내 첫 취업이 빨랐던 터라 내겐 굳이 그런 걸 따질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직접 운전연수에 나서 열심인 아빠에게선 흡족함이 느껴지던 터였다.




그즈음 아빠는 경매로 조금 낡지만 직접 손볼 수 있겠다며 원룸 건물 하나를 샀고, 동생은 직장이 가까워서 그 곳에서 꼬박꼬박 월세를 내고 지내며 수시로 건물 관리를 했다. 그리고 셋 중 누군가는 아빠의 원룸 관리에 노동력을 할애해야 했다. 그 때 짐을 다 버려두고 누군가 도망 간 방을 치우거나 주방, 화장실 등 더러운 꼴을 많이 봐야했고 비가 많이 내리면 비를 맞으며 건물을 손 보는 등 일이 많아지자 엄마도 애들 시키지 말고 청소는 업체에 맡기자 했지만 그러면 뭐가 남냐는 말에 우리는 집에 가는 것조차 점점 망설이게 되었다.


내가 대학원 졸업 후 다시 수도권에 직장을 잡았을 때, 주변 방값이 너무 비싸 가장 쌌던 고시텔을 발견하고는 아빠는 더 물을 것도, 다른 말 한 자리도 없이 어른 한 명이 바닥에 제대로 누울 수 조차 없던, 제대로 된 창 하나 없던 그 곳에 내 짐을 내려두고 되었다는 듯이 가 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취업이나 이직한 또래들이 많았으니 더 잘 알았다. 다들 돈 모으라고 빚을 내서라도 부모가 전셋방을 얻어주었다 했다. 나는 양쪽이 다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냥 학비에 써버려 모은 돈이 없었으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나를 탓하는 게 편했다. 그래도 내심 돈으로 진짜 서운한 맘이 들었던 건 그 때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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