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집착

by 포인셋

나와 막내동생의 나이 터울이 큰 편이라, 엄마는 금방 일을 하지 못하고 종종 부업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근처 살던 이모들이 먼저 일하게 되면서 사촌동생들을 낮에 봐주고 돈을 받았으며, 막내동생이 좀 크고서는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아빠가 살림을 더 돕지도 않았으니 엄마는 엄마대로 힘에 부쳤을테고, 뒤늦게 주부가 하는 일이니 돈이 대단히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들어오는 만큼 아빠는 졸라맸기 때문에 싸움은 또 줄지 않았다.


합심해서 아끼고 돈 모으는 것도 좋지만, 아빠는 엄마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너무 없었다. 그 시절, 못 배우고 평범한 집의 딸이었으니 경력이 끊겼지만 엄마는 뭘 해도 잘 할 사람이었다. 애들은 직접 키워야 한다며 본인 주장으로 부인을 집에 주저앉혀 두었다면, 세월이 지났어도 서로 고생한다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었다면 오죽 좋았을까.


아빠는 엄마가 일하면서 누군가와 따로 연락하는 상황이나 가끔 있는 회식도 참아주지 못했고, 그런 사람도 아니건만 어디 이 시간에 여자가 밖엘 나가냐며 숨 막히게 전화를 몇십 통씩 해대곤 했다. 그 정도의 옛날 가치관이라면 어디서 감히 남자가 여자 일 하게 하면서 그런 소릴 하는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라는건지, 어째서 알아서 천덕꾸러기 부모 잘 모셔주고 알뜰하게 살림 잘 꾸려가는 와이프를 처가에서 돈 한 번 대준 적 없다, 그 집 장남은 장남 노릇을 못한다, 처제들은 스스로 요리도 못하냐며 가족마저 모조리 깎아먹어야 속이 시원했는지 귀에 대고 쏘아주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적어도 매일같이 시샘하고 뭐 하나라도 가족들에게 빌붙고 팔아먹으려 했던 고모들보다는, 풍족하진 않아도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하고 지척에서 급하면 서로 도왔던, 자기 건강관리는 스스로 하셨던 외가 가족들이 모르긴 몰라도 훨씬 도움이 되었을거다. 그 가족들이라도 가까이 없었다면 엄마는 진작에 미쳐버렸거나 집을 나가버렸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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