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딸들

by 포인셋

마음이 참 잘 맞는 친구가 있다. 이런 친구를 대학교 때부터 서너 명 보았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이 친구 나와 결이 비슷하군 싶어서 보면 성격과 가정환경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내게 아빠 얘기는 밖에선 하지 않는게 불문율이었다. 남들에게는 좋고 좋은 5퍼센트 정도의 아빠만을 얘기했다. 그 친구들에겐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듣자하니 3대의 특성이 모두 비슷해야 우리 같은 자식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비슷한 조부모, 비슷한 아빠와 그 형제들, 그리고 나. 우리는 하나같이 모두 삶에 큰 의욕이 없고 늘 포기가 빨랐으며, 자존감도 그다지 높지 않고,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엄마가 이혼을 결심하지 않는 이상 그저 함께 한숨쉬며 참고 살아가는, 그렇지만 엄마는 곧 엄마이고 친구이고 걱정거리이며 또 애인인, 엄마 껌딱지들이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외모만 다른 도플갱어들 같았다. 그들은 아빠의 잃어버린 형제가 아니었을까, 만난다면 얼굴마저 똑같아서 놀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빠와 친가 얘기로 세 시간을 수다를 떨 수도 있었다.


발달학에서도 딸에게 아빠는 처음으로 대하는 남자이고 평생 마음 속 애인이며 필연적으로 그와 닮은 남자를 배우자로 맞게 된다는데, 우리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아빠같은 남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 다짐한 것이었다. 절대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 했다.


가엾고 불행하다. 세상에 이런 아빠가 또 있다니. 큰 일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는 가만히 밥상머리에 앉아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접시, 가위, 물!을 외치는 아빠를 볼 때마다, 이런 사소하지만 수 많은 무시와 존중이 없는 태도들 때문에 아빠 같은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이런 태도는 그가 늘 말하는 보고 자란 게 그래서-, 옛날엔 다 그랬어 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가 스스로 옛날에서 벗어날 의지가 없다면, 그는 혼자서 그 끔찍했다는 옛날에 계속 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냥 도태되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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