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옆 동네 여자깡패

골목 하나 사이 다른 세계

by 포인셋


학교에 다니게 된 뒤로 내 활동영역은 현저히 넓어졌다.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활동 반경을 벗어나는 아이도 아니었던 나는 조금이나마 다른 세상도 있다는 것을 학교 친구들을 사귀고서야 알았다.


동네가 어떻든 극성 엄마는 있기 마련이다. 당시는 여덟 살도 꽤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잘 다녔기 때문에, 두세 골목 정도를 더 가면 학교에 보다 가까운, 괜찮게 사는 친구들 집이 있었고, 그중에는 반에서 엄마 치맛바람이 가장 셌던, 미술을 하고 싶어 하던 연지라는 친구가 있었다. 키로 세웠다면 아마 가장 앞자리였을 그 친구는 머리를 늘 양갈래로 바짝 땋아 다부져 보이는, 누가 봐도 '내가 바로 반장이다!'라는 인상의 친구였고, 자신에게 장난을 걸어오는 남자 친구들을 절대 가만 두고 보지 않는, 응징의 아이콘이었다.


전혀 비슷한 부류가 아니었던 친구이지만 어쩐지 반장이라는 타이틀로 그 친구와 나도, 엄마끼리도 친분이 생겨서 나는 어느덧 여자깡패라고 불리는 모임의 일원이 되어있었고 남자아이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그 귀여운 나이의 '견제'라 해봐야, 고작 툭 치고 지나가는,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동네에서 마주치면 "여자깡패다~!"하고 소리를 지르고 냅다 도망가는 딱 그 정도다.)


그게 무슨 심리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런 짓궂은 장난을 잘 당하는 쪽도 (아마 재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 괴롭히는 쪽도 아니었건만 어쨌거나 그런 친구들의 옆에 있다는 이유로 그때는 ‘깡패’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렇게 야무지던, 그림도 잘 그리던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다른 학년이 되어도 상황은 비슷했다. 내 보기엔 굉장히 똘똘해 보이던 연진이라는 그 친구는 너무나 도도한 탓이었는지 반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지는 못했고, 나는 또 희한하게 그 친구와 친해져 집에까지 초대받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 동네에 살며 (정확히는 옆동네지만) 집 안에 2층 가는 계단과 그랜드피아노와 나무로 직접 만든 그네가 있는 집을, (눈이 휘둥그레진 내게 연진이가 친구를 집에 데려온 건 처음이라며 반색하시던) 집에서 우아한 원피스 입은 엄마는 처음 보았기 때문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친구도 나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엔 바로 앞에서 쉬를 해버린 막냇동생과, 슬리퍼를 신지 않는 우리 집 좁은 거실바닥에 좀 놀랐을 테지만, 우리 엄마가 직접 튀겨준 치킨 맛에 만족하며 돌아갔다.






그 친구들이 살던 옆 동네에는 당시에는 유행하던 주거 형태인 신축 빌라도, 아파트도 있어서 역시 그곳에 살고 계시던 우리 이모네에 들렀다가 놀이터에서 가끔 놀기도 했지만, 지금은 더 유난이라고 하는 아이들 간의 견제가 그때에도 상당했어서 은근한 상처도 받은 일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번은 내 동생이 누군가와 놀이터에서 치고받고 싸우고 있기에 무슨 일인가 했는데 상대 아이의 "너 우리 아파트 애 아니지! 가!" 하는 말이 발단이 되어 그랬다고 했다. 나라면 괜히 주눅 들어 눈치보다 겨우 조금 놀고 피해버리고 말 상황에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니.. 내가 학교에서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던 그런 눈에 띄던 친구들과 같이, 내 동생도 만만한 아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릴 때였고, 그런 다른 것들도 있다는 걸 난 좀 늦게 알았고, 특별히 직접 겪은 차별이나 친구를 사귀는 데 딱히 큰 문제도 없었기 때문에 난 그런 걸 더 커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지냈다. 물론, 엄마에게는 그 당시 묘한 촌지의 압박도, 엄마들 사이의 권력구조도 있었다고 나중에야 들었지만 엄마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으므로 우리 또한 그렇게 자랄 수 있었겠지만. 유치원 다니면서부터 차와 집이, 부모님이 어떻느니 하는 얘길 한다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세상은 여전하고 더 각박한 것만 같다면, 그런 걸 내내 신경 쓰고 산 우리가, 그런 걸 알려준 어른이, 제일 문제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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