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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미정 May 04. 2024

2024년 5월 4일 토요일 (PART 2)

괜찮지 않다-괜찮다-괜찮지않다-괜찮다-괜찮지않다-괜찮다... 무한반복 중

PART 2 오후. 또다시 프랑스사리


아이를 영어수업에서 찾아서

도서관에 들렀다가 온 제이.

벌써 좀 취해있다.


그는 컴퓨터에 붙어 앉아 일만 하고

운동은 일절 하지 않는다. 못한다.


과거

코가 헐도록 각종 환각제 흡입으로

가짜행복감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하다가 

출근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현재

하루에 수십여 잔 이상 카페인

수백 차례 니코틴 흡입과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스트레스 흡입


자신의 손끝에 닿고 싶어 하지 않는

자신 곁에 있지만 없는 여인에게 

외면당하고 거부당하며


그의 심적 육체적 체력은

완전

바닥이다.


그 상태에서 독한 맥주 한 캔이면..

자신의 혼돈스러운 의식에서 쏟아지는

무절제한 언어는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다.


유대인 경멸에서부터 시작해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 박정희 전두환 외국 대통령들까지 소환하면서, 세상의 모든 타부와 불편한 소재를 끌어모아 내뱉어내기 시작한다. 개인적 좌절감을 대중적 이슈에 실어 묻어버리려는 안간힘도 처음에는 가련해 보이다가 이제 십 년 정도가 되니 솔직히 지긋지긋하다. 어쩌면 레퍼토리가 어쩜 저렇게 하나도 변하지가 않는 것일까. 그만해라!라는 소리가 들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더 신나게 이어나간다.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듣기 불편한 의성어와 후렴처럼 반복되는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포로수용소에서 나치들이 내질렀던 독일어 슈넬!! 슈넬!!로 시작해서, 야볼! 야볼!을 지나, 모하메드 지하드!! 를 건너.. 또 계속 이어지는데, 직접적인 욕은 아니지만 아주 듣고 있기 힘든 이 후렴구들은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의 역할을 하며 삶을 향한 그의 분노를 돌리고 또 돌리는 원동력이 된다. 


그나마 요즘은 아랍인들을 향한 혐오 노출은 우리 앞에서도 절제한다. 이 동네 학교에 학부모 반이상이 저쪽 출신일 테고 아이들 사이에 비밀은 없음을 자신도 느꼈으리라. 사르코지, 올랑드, 마리 르펜에 대한 불만도 뉴스에서도 크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요즘엔 뜸하다. 회사에서 불편한 심정을 봇물처럼 뿜어내던 것도 요 며칠 좀 잦아들었지만 며칠에 한번 사람의 인내를 시험하는 희한한 고문을 이어나간다. 십 년 간 지치지 않고.. 일인극 스타일의 목줄을 탱탱히 잡고는 전혀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이 속에서 아이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돼지곰탕 국수를 한 그릇 반을 해치우고 거실로 도망가버린다.


이제 나는 제이의 두 눈을 응시한다.


입 다물고 밥 좀 먹지?


마크롱 욕을 지나 유럽연합에 대한 쌍욕을 하던 중에 내 눈빛과 마주치고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내리깐다.


눈싸움에 진 제이는 이제야 다 식어버린 돼지곰탕에서 불어 터진 국수를 후루룩후루룩 몇 번 만에 다 건져 먹고, 그 큰 그릇을 들고 국물을 싹 다 마시고는, 몇 점 남은 오이무침까지 싹싹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입 주변에는 고춧가루가 덕지덕지 묻어 있고, 고기 한 점도 붙어 있다. 기름진 곰탕국물이 턱에 주르르 흘러내리니 손등으로 쓱 하고 닦고 만다. 술기운이 없을 때도 테이블메너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데.. 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죽은 듯이 산 듯이 지껄이고 있는 한 인간은 터무니없을 만큼 지저분하다. 너무 더럽다. 


분명히 진지한 해고 독촉이 있었던 것이다,라는 생각이 휙 스쳐 지나간다. 난 나의 느낌을 꽤 믿었었다. 하지만 십 년간의 고난행군을 하면서 더 이상 그런 오만함은 내 몸에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여전히 나의 느낌을 믿는다. 그렇게 어쩌면 난 여전히 오만한 것이리라.


어찌 되었건 저 술 한잔도 감당하지 못하는 비루한 몸뚱이를 이끌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제이. 육감이 발동했던 걸까? 저 허술한 인간의 뱃속에 뜨끈한 돼지곰탕의 지방과 미네랄 물질, 고단백질의 고기 그리고 탄수화물인 국수가 들어갔을 때, food coma 강렬한 식곤증, 그것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오늘, 이 주말의 첫날, 보통 바캉스 첫 날 만큼 리스크가 큰 이 오늘의 식단을 결정한 걸까?


흔하지 않다.

삐뚤어진 그의 사상교육,

그 고문의 시간이 이렇게도 짧다니..


감사하다.

2층 방문을 고이 열고 들어가

침대에 그대로 곯아떨어져주어서..


그래..

좀 쉬거라..


그동안..

나도 마음 좀 추스를게..


커튼은 열린 그대로다. 좋은 신호이다.

내일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를 노곤하게 한 돼지곰탕은 소곰탕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지는 것 같다. 더구나 돼지 등뼈만이 아닌 통통한 젤라틴이 듬뿍 감싸고 있는 다리 부분까지 들어가 있고 마늘 수십 개와 무 양파 파 통후추도 듬뿍 넣어서 뭔가 시너지 효과도 있었던 걸까. 오이에 인간 갱생 및 교화 성분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그가 이층으로 올라가기 전 나에게 왔다.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났지만 한국산 양말이라 버리지 않고 그것을 꿰매고 있던 나, 정확하게는 내가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1인용 소파 의자 앞에 앉는다. 나를 바라보며 양반다리를 하고서. 고문을 이어가려는 건지, 애정 결핍 때문인지..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주제로 박근혜대통령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디 사는지, 아직 감옥인지 나왔는지를 물어온다. 심지어 현재 살아계시는지 아닌지.. 무례함이 도를 넘어선다. 내 조국인 한국의 근현대사를 얄팍한 지식의 잣대로 비꼬듯 내뱉는 모습이 너무나 한심하고 슬퍼졌다. 내가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찾아보면 되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다 나오잖아! 하고 만다. 이야기에 말려들지 않는다. 이기 이기.. 이쯤 되면 싸우자는 거 맞네.. 하며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면 나도 충분히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독 상태의 그는 회사에서 간당간당 잘릴 절체절명의 그 순간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한 위기의 인간, 자신의 문제는 대면하지 못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정치 얘기를 아편 삼아 술 한잔으로 바로 괴물이 되어버리는 불쌍한 물건일 뿐이다. 내일 아침이 되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권리라도 있는 양 유세를 부리는 그런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우리가 한강이냐.

어디 가서 맞고 와서

화풀이를 여기에 대고 해 대는지.

우리, 약자가 맞는구나, 느끼는 순간이다.

연역이든 귀납이든 이제 이건 팩트로 받아들인다.

십 년 만에 이걸 인정하는 너

안 본 건지

못 본 건지

참 그러고 보면..

나도 한 예민함 한다고 생각했는데..

둔한 건지

참을성이 과다한 건지..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뭘 하고 있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루저로 태어나

루저로 살다가

루저로 삶을 마치겠다는

너의 골 때리는 그런 사상을

낮이고 밤이고 세뇌시키는

물귀신 작전,

그놈의 프롤레타리아 타령.

지겹다 지겨워

무섭다 무서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방적인 주제 선택과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폭력이다.

언어폭력으로 어린아이와 외국인 부인을 학대하는 것을 멈추기를 바란다.

어떤 방식의 어떤 형태의 폭력도 아이들에게 행해져서는 안 된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만 말하고 더 이상의 말을 잇지 않았다.


감정의 동요 없이.

그가 파놓은 웅덩이에 빠지지 않는다.

더 이상은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다 듣고 있다.


그럼 경찰에 신고해라,고 하는 그에게 

그냥 네가 그만하면 된다.고 한마디 하고 

한 점 감정의 동요도 없이 내 일을 이어갔다. 


이후 몇 분 지나지 않아 제이는 올라갔고,

자고 나면 또 정상이 될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한다.


글쎄..

억눌린 자아를 무식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과

감정을 꾹꾹 누르고 비실비실한 모습을 지니는 것 중에서

나는 후자를 정상에 가깝다과 생각하지만..


말 잘 듣는 아이를 원한 적도,

말 잘 듣는 남편을 원한 적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 또한 남의 고통은 본채 만채하는 그런 인간에 불과한 것일까.


그의 능력치와 상관없이,

그의 사회생활 능력과 상관없이,

그가 직장에서 무가치한 존재로 낙인 되어

심각한 정서적 혼돈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현재는, 관심을 꺼버렸다.


수년을 신경 쓰고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었으나,

남 탓만 하고

자기 각성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저 정도의 인격으로는

변화가 힘들 것이라는 것은 투명한 팩트다.


이제 드디어 회사에서도 액션을 취하는 것인가

그만하면 그쪽에서도 꽤 많이 기다려준 것이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은행 융자를 갚고

세금을 내는 일상을 이어갔을 뿐.

그에게 동정이나 연민을 두지 않았다.

나에게도 불편한 변명은 있기에.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말하든지,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

무지하고 폭력적이다.


이 어설픈 두 남녀,

무지하게 폭력적이지는 않지만

무지해서 폭력적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저렇게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지기를

적어도 남은 하루 잘 지나가기를

바라며


네모진 내 마음이

더 이상 작아지지 않기를

더 이상 딱딱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비루하게라도

살아남기를..

바라며



저녁 7시


서너 시간 푹 자고 일어나서인지

볼은 밝그랗고 피부는 뽀얗게 빛이 난다

아주 새색시가 납시었다

아이고 인간아..


십여분이 흐르고,

그가 잠이 조금 깬 것 같아서,

A table! 아 따블르! 밥 먹자!

힘차게 불러재낀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숨도 쉬지 않고

그릇을 싹 다 비워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참..

이 상황이..

기가 찬다.


저녁식사의 마지막 여정으로

냉장고 옆에 앉아 있던 제이를 대상으로

이거 꺼내라 저거 꺼내라 놀이를 시전 한다.


에망딸

까망베르

고르곤졸라

마스카르폰


이제 다 됐나 해서 앉는 제이,


무화과 쨈.


다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어 대령한다.


알코올기가 싹 빠진 제이는

군말이 없다.


이제 배도 부르겠다, 또 보드게임하잖다.

무슨 보드게임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큰 것이라, 하여튼.

술투정 잠투정보단 이게 백배 낫기는 하다.


아이는 그다지 자기 아빠만큼 보드게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오늘 저녁에는 20시 30분에 하는 버츄얼 게임 쇼를 보는 것을 허락해 줬더니 티브이를 본다고 했고, 제이는 혼자서 미로게임을 하다가는 이층에 덧문을 닫으러 올라간다.


내일 할 일

1. 아이
5월 23일 발표 준비 시작하기
피아노 28번 곡 연습시키기
   
2. 제이 고민 얘기해 보라고 말해보기


그렇게 21시가 되었고, 아이와 나는 일층 욕실에서 이를 닦고 있었다. 그때, 제이가 갑자기 들어와서는 벌써 자러 가냐고 하며 자신도 칫솔을 빼서 같이 닦을 참이다. 아니 수도꼭지가 두 갠데 하는 눈빛을 보냈더니 이를 닦으며 욕실 밖으로 나간다.


내가 이렇게 또 갑자기 기분이 상한 이유는, 아이가 티브이 시청이 끝날 즈음, 소파에 있던 내 곁에 앉으며 '내일 엄마 올 거야' 이렇게 통보를 하는 것이 짜증이 나서였다. 고속도로로는 2시간 국도로는 3시간 거리인데, 한 달에 한 번은 자신의 아들을 만나야 하는 그 지극한 사랑에 감동을 해서였다.


이미 그녀는 몇 주 전인 4월 부활절에 아들을 독점하는 것에 성공을 했었다. 그녀는 슬픈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의 아들은 안절부절못하다가 지 마누라와 지 아이를 두고 엄마에게 갔다. 이후에 과속 과태료도 내었으니, 얼마나 걱정하며 액셀을 밟았을지.. 나는 저 금액이면 슈퍼 한번 더 갈 수 있겠다 싶었지만 한마디 토도 달지 않았다. 황당한 건 막상 가보면 아무런 일이 없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냥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이다. 5월은 봄의 시작이니까 또 그렇게 의미가 있을 터이다.


매일 문자 보내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그 마음.. 그게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인가? 외동아들이 두 살일 때 이혼을 하고 이 남자 저 남자 전전하면서 함께 고락을 함께 해서 이 둘의 관계가 그렇게도 각별한 것일까.. 알 수도 없고, 이제 알고 싶지도 않다. 지친다.


원래 작년까지는 기본 2박이나 3박을 하고 갔는데, 내일은 일요일이니 그냥 아들이 걱정되어 오는 정도인 것인가.. 아.. 짧지 않은 그 거리를 하루 안에 왕복하게 만드는 것 같아 또 제이의 마음은 얼마나 불편할지.. 여하튼 쌍으로 사람을 나쁜 캐릭터로 만드는구나.. 자신의 문자를 내가 씹었더니 이렇게 불도저 식으로 밀고 들어오는 식으로 대응한다. 왜 자신만 힘듦만 생각하고 타인의 아픔 따위는 가볍게 짓이겨버리는 걸까..


작년까지는 한 달에 한번 찾아가지 않으면 2박 3일이나 3박 4일을 기본이었다. 영양제와 새빨간 립스틱이 들어있는 화장가방, 최고급 베개커버와 최고급 이불커버, 비치타월 수준의 큰 사이즈 수건과 얼굴을 닦는 중간 사이즈 수건 그리고 몸을 씻는 아주 작은 사이즈 면때밀이, 전용 실내용 슬리퍼, 잠옷 상하의와 여분의 옷들, 염색전용 샴푸, 자극 없는 새 아벤느 비누와 자주색 비누곽, 유기농 치약과 민감용 칫솔 그리고 작은 가방하나와 중간 크기의 가방도 속옷과 입은 옷들을 분리하기 위해 욕실 안에 두어서 욕실의 욕조 주변과 샤워부스 안 그리고 세면대 위쪽으로 그 며칠간은 그녀의 물건들로 가득 차 있곤 했다. 


초반 몇 년은 이불커버나 베개커버는 여기도 있는데 왜 그렇게 수고스럽게 하시냐고, 내 빨래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생각하는 위생 수치에 이 동양인 여인의 세탁 및 보관이 적합하지 못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하도록 두었고, 이불 속통과 베개 속통은 새로 사서 그녀 전용으로 두고 있다. 혹시 얼룩이라도 있으면, 나에게 직접 얘기하지 않고 항상 그녀가 가고 나면 그의 입에서 그녀가 느꼈던 여러 가지 불만들이 간접적으로 튀어나올 때 소재가 될 것이니 불필요한 마찰은 최대한 피한다.


그녀가 몇 년 전 60인지 61세인지, 어쨌든 환갑 전에 퇴직하고 아파트를 팔고 친정집이 있는 동네 근처에 메종을 월세로 빌려서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양 집에서 월세로 돈을 날리느니, 돈을 좀 합하고 은행 융자를 받아서 우리 집 근처에 작은 메종을 사서 아이 유치원 찾아오고 이런 거 좀 도와주면 내가 풀타임 일을 찾아서 하면 상황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살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그러면서 융자도 덜 갚은 아파트를 팔아버리고, 이사하고 가구사고 새 집 꾸미고 차 바꾸고 하면서 한 일 년 남짓 사나 싶었는데, 결국 자신의 가족들과도 불화가 생겨서 원래 살던 도시로 와서 방 한 칸의 작은 아파트 월세로 살고 있는 그녀이다. 내가 아파트를 팔려고 할 때, 그 돈 공중에 다 날아가버릴 거라고 약간 걱정스럽게 생각할 때, 내 돈인데 왜 욕심을 내느냐는 어감으로 말하기에, 죄송하다 하고 말았는데, 실질적으로 그녀는 그 돈을 몇 년 만에 다 써버렸다. 그녀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아들 남자 관련해서는 내 머리 한참 위에 있다. 여러 이성과의 수많은 만남과 교재와 동거로 남자의 심리는 빠삭하고, 그의 아들 또한 그녀의 혀 끝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면 무엇에 홀린 것 마냥 그냥 따른다. 그녀는 한국의 보통 시어머니와는 멘탈 자체가 다르다. 브런치글로 이렇게 사가지없이 싸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나는 그녀를 이길 수가 없다. 예측불가한 마녀 같다. 그녀가 이제 무섭다. 



제이가

오늘

정신줄을 놓은 것은


두 여자 사이에서

심란해서

그런 듯하다.


해고당할 일 없다는

철밥통인 직장 때문은 아니었던 거다.


그녀의 문자

그녀의 전화

그녀의 방문

그녀와의 대화


그리고 나의 침묵

나와의 침묵 

이어지는 침묵 


그렇게 또 한잔

한잔이 두잔 세잔

변신하는 순간

정신줄 놓는 시간



그러면 '내일 해야 할 일'중에서 하나는 삭제시켜도 되겠다. 아니, 모두 삭제시켜야 되겠다. 내일은 오롯이 그와 그녀가 주인공이 될 터이니.


아이는 자기 전에 읽을 만화책 한 권을 가지고 지아빠에게 굿나잇키스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나는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그녀의 혀가 스쳐 지나간 그의 심장 옆으로 달팽이가 지나간 양 끈끈한 점액질이 여전히 묻어있는 것 마냥 불쾌하고, 이 시간의 그에게서 그녀의 모습이  또 오버랩된다. 우리 둘 사이는 없고 뭔가 항상 셋이하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항상 그의 정신을 사로잡고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고 싶어 한다. 그녀의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저 주술은 자신의 어린 분신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만들어 버렸고, 그녀가 손잡이를 들어 움직여주지 않으면 불안해하게 프로그램을 장착시켜 둔 듯, 그녀를 밀쳐내면서도 한 몸인양 행세한다.



이 입,

강제 봉인이라도 시켜야 하나..


입을 벌릴 때마다

개구리 지네 구더기 등이 나왔던

한 여자의 이야기처럼


구린내가 진동을 하는구나..


내 그릇, 이것밖에 안되어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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