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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미정 May 04. 2024

2024년 5월 4일 토요일 (PART 1)

괜찮다-괜찮지않다-괜찮다...

PART 1  오전


오늘도 다행히 '프랑스살이'다.

봄방학이 끝나고 2주가 지난 오늘까지 '사리' 생길 일이 크게 없었다. 난감하고 불편한 제이의 감정의 회오리바람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분명히 제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 데 확실히 무엇인지 감지가 되지 않는다.

나의 육감이 무뎌진 것인지, 그가 드디어 철이 좀 드는 것인지 아직 확실히 않다.



그렇게 나는 매일 슈퍼 가서 장보고 밥하고 하는 내  주된 업무인 집안일 중 요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도 돼지님 다리 부분과 등뼈를 섞어서 끓이고 있다. 아침 9시에 불에 올려 두었으니 벌써 두 시간 정도가 지났다. 여기에 국수를 삶아 넣어 점심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색이 어떻게 좀 하얗게 우러날지 궁금하다. 보통 닭이나 소뼈로 하는 데 어제 정육점에서 돼지를 금방 잡았는지 너무 신선해서 각종 부위를 골고루 사 왔다. 한국어로 돼지등심인지 목살인지 잘 모르겠는데 échine de porc부위를 얇게 썰어 하야시라이스로 어제저녁에 먹었고, 오늘은 수프로 뜨겁게, 그리고 또 한 부위는 아직 냉장고에서 대기 중인데 이건 내일 저녁에 애호박이랑 해서 고추장찌개를 할까 생각 중이다. 닭고기는 내일 점심때 안동찜닭을 만들 생각인데, 그저께 잡채를 두 사람이 너무 잘 먹어서 당면을 충분히 넣을 생각이다.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영어수업에 갔다. 토요일 오전 10시. 제이가 픽업하러 나갔고, 오는 길에 도서관에 책반납하도록 요청했다. 이번에 빌린 아이책 중 열 권 정도를 내가 읽었다. 아이는 만화책과 유머책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림이 없는 책은 도통 손을 대지 않았다. 릴리 그라피티 두권, 하이디 세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사슴소년, 작은 암탉들.. 그리고 뭐가 더 있었던 것 같은 데 일단 오이무침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읽기에 대한 관심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매일 올라오는 피드의 글을 읽으면서 생기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며 이것은 정말 긍정적인 습관의 형성이다. 너무 감사하다.


오늘은 옆 동네에서 봄맞이 축제를 한다고 해서 점심 먹은 후에는 또 그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뭐 기다리는 사람은 없어도 찾아서 이곳저곳 다녀야 하는 것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두 어설픈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이 피아노레슨이 월요일인데 아직 손도 안 댔다. 이것도 오늘 좀 시작하고 내일도 좀 연결해서 반복하면 딱 좋은데... 지난주에는 아이가 계이름을 잘 몰라서 손가락번호를 보고 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당연하다. 내가 가르쳐준 적이 없다. 아이가 각 잡고 계이름 공부하는 것을 불편해해서 일단은 그냥 두었다. 아이는 그냥 자기가 부르는 노래를 음으로 찾아서 치고, 나름 작곡도 한다, 물론 음표로는 안 그리지만, 나름 진지하게 흰 종이에 손가락 번호로 보이는 수많은 숫자들을 적어놓고 치고 또 치고 나중엔 하나의 작품이 된다.


시스템이 싫다? 같잖은 우월감으로 뭘 어쩔?

너는, 네 교육은 다르다..?


정신차려.


각설하고, 나쁜 엄마가 되더라도

애 28번 작품 연습 시켜.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니?

다 변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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